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주문처럼 흔하게 쓰이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릎을 탁! 칠 만큼 인상적이고 가슴에 와닿았던 이 표현이, 언젠가부터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해도 이미, 찬란했던 젊음의 한 시절이 지나가버린 느낌이랄까. 놓지 못한 청춘의 끝을 간신히 붙들고, 자위하기엔 심장이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다. 지금이 가장 젊지 않은 날이라고 해도 그게 또 뭐 어떤가 싶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이라면 그게 더 나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예전보다 젊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써 나가 보자는 말이 현실적으로 더 와닿을 것 같다. 더 이상 막 젊지도 막 늙지도 않은 경계선에 놓인 마흔을 지나, 40대에 접어든 세상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인생 시계로 치차면 아직 반도 안 달려왔는데, 그간의 성과나 결과로 판단되는 게 많았고, 타인의 삶과 비교되는 지점들이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어떤 가능성이 단절되었다는 느낌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새로운 취미나 모임을 찾으려고 하거나 어떤 일에 도전하려고 할 때, 나이를 생각하게 되고, 적지 않은 나이에서 오는 자괴감과 현타 사이에서 작아지려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지인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나이'가 자주 화제에 오르는데, 그리 긍정적인 뉘앙스는 아니다. 모든 대화의 결론이 '나이가 많아서'로 귀결되는 때가 많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재취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기가 힘들다, 인간관계도 어렵다. 등등. 앞에 '나이가 많아서'라는 수식어가 달리면, 대게 부정적인 결과가 따라오고,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나이 공격'은 올해 들어서도 지배적으로 내 삶을 장악해나가고 있었다. 소리 없이 스며든 독가스처럼 내 안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파괴시키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뇌세포를 파괴해 나가면서.
이런 생각(나이 핑계)을 누군가는 촌스럽다고도 했다. (엄정화 언니가 그랬고, 무척 동의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충고해 주었다. (유튜브에서 본 정신의학과 선생님께서) '나이 들어서'라는 말이나 계속해서 좋을 게 없는 소리를 반복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셀프 가스라이팅'에 가깝다고.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말이다.
언젠가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머릿속에 순간 띵~ 하고 뭔가가 지나갔다. 스스로에게 '너는 나이가 많아서, 많아져서, 많아질 것이므로' (이러저러하게 별로인 인간일 될 수도 있다.)라는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가슴에 와닿고, 스스로가 촌스럽다고 느껴졌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줄곧 말해왔던 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나이를 먹었다....ㅋㅋㅋㅋㅋ마지막으로 써본다.)
그러므로 나는 내게 선언한다.
'나이 들어서'라는 말 금지!
'내 나이가 어때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