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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Mar 26. 2023

결국'진심'인 관계만 남는다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들을 하나, 둘 만나고 있다. 마음 상태가 조금 나아져서이기도 하고, 부러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도 하고, 친구들도 보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가끔 오일 파스텔을 가지고 왕 초보의 실력으로 그림을 그리며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이런 루틴은 내가 예전에도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방식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스스로 일상을 가꾸고 생활을 만들어가는 나름의 형태를 요즘 비슷하게 차용하며 살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첫째, 반갑고 스스럼이 없다. 오래 보지 못했지만, 수다는 계속 이어지고,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한다기보단, 마음이 가는 쪽으로 챙기다 보니 형성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티키타카가 잘 맞거나 취향이나 생각, 가치관이 비슷한 쪽으로 당연히 마음이 기운다. 남녀관계가 그러하듯, 친구관계에서도 의도적으로 이어지는 관계이거나 어느 한쪽이 노력을 기울여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별로 좋은 관계,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밝은 쪽으로 더 손길을 주고 그 관계를 매만지는데 노력을 하려 한다. 모든 관계에 정성을 쏟기엔 마음의 공간도 시간도 부족하니, 내가 마음이 가는 쪽으로 더 정성을 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 나이가 들 수록 더 커지는 생각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래도 나름대로 인생 잘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고, 비슷했던 일상에 비타민 같은 활기도 잠시 생긴다. 사람은 역시 사람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크구나, 새삼 느끼기도 하고, 소종한 이들을 오래 들여다보며 진심으로 대하자고 마음을 먹기도 한다.


나이가 드니 가족, 친구,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지인 (친구)이 정말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는 존재구나, 어느 순간 거만해지거나 교만해져서 이런 관계들을 소홀하게 여기는 법이 없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험이라는 말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길에 친구라는 보험이 있어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면, 정말 '좋은 보험'임에 틀림없다. 또한 보험료도 들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1석2조다.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와 질감으로 같은 관계를 만들어갈 순 없는 게 인생의 진실이지만, 어떤 관계에서든 '진심'이고 싶고, 그 '진심'이 통하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싶다. 사실 쉬운 말 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내가 챙기지 못하는 관계가 있을지라도,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이유나 서로의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것, 또한 믿고 있다. 그래서 예전과 같지 않은 관계를 볼 때 (내가 진심이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하지만은 않으려 한다.


관계는 언제나 변하고 있고, 어떤 관계에서든 노력이나 애정이 필요하다는 걸, 그 인연이 끊어졌다면, 어느 한쪽의 무엇이 끊어졌기에 이뤄진 결과 라는 걸 이젠 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소원해지는 관계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그 모든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한 시절의 나를 빛나게 해 주었을 거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모든 친구와 관계들에 감사한다.


20, 30대 청춘의 절정을 지나 40대의 청춘에서 나는 어떤 친구들과 어떤 관계들을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어떤 관계에서도 자만하지 말고 마음을 다하자...! 다시 한번 생각하는 휴일 저녁.


결론: 친구는 좋은 거다. 진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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