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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Mar 10. 2023

프리랜서에게도 불금은 소중하다

프리랜서 생활 20년 차, 일이 들어올 땐 휘몰아치듯 일을 하고, 일이 없을 땐 강제 휴가에 들어가기도 한다. 지금보다 연차가 훨씬 적었을 땐, 혹여나 경력이 끊길까 봐, 선배들이 주는 일이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더러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했었다.


삶의 우선순위가 일=경력이었던 시절을 10여 년쯤 겪은 뒤, 생각의 방향이 많이 달라졌고 그 후의 10여 년은 일을 걸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10년... 지금도 나는 여전히 프리랜서 작가 나부랭이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하는 방식이나 내 삶에도 나름의 루틴이 생겼고, 일을 조절하는 능력이나 완전 폭탄 같은 일을 걸러내는 시야도 생겼다는 점. 주는 일 다 받지 않고 걸러서 하다 보니,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이른바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겐 이게 최선의 일의 방식이다. 지금의 루틴에서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심하게 현타가 오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니 말이다.


최근 거진 일 년 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심신의 안정, 즉 나를 돌보기에 집중했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다시 봄이 왔고, 일에 몰두하자 맘을 먹으니 올핸 일이 좀 들어올 모양인지, 아니면 잠시 몰아치는 것인지 여러 개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흐규규... 일 폭탄, 과부하가 걸릴 조짐이 보인다.


요 며칠 일을 휘몰아치게 하다 보니, 역시나 스트레스가 올라온다.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몸이 아픈 희귀 질환에 걸린 사례자를 돕는 방송을 맡았는데, 내 입장에선 당연히 도와줘야 할 일 앞에서 섭외를 거절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모양새를 또 만났다. 어째 이 일은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되는지... (섭외처) 사람들의 무례 앞에 분노게이지가 올라간다.(사람들의 무례를 잘 참지 못하는 편.) 어제는 혼자 와인을 땄고, 오늘은 비록 혼자 맞는 금요일이지만, 연락 올 곳이 일요일 오전까지는 없다는 사실에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일요일엔 또 다른 방송의 원고를 써야 한다. ㅠㅠ


말이 길어졌는데, 하고 싶은 말은 24시간 일하는 프리랜서에게도 불금은 소중하다는 것. 스트레스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상쇄된다는 점. 나는 내일까지는 자유라는 점. 그래서 책을 잃고 넷플릭스를 보고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점.


사람 사는 건, 어쩜 이리 똑같은지.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걸 감사하며....

(감... 감사한다..)

오늘은 조용한 나만의 불금을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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