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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Jul 27. 2020

나 화장 안 해도 예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 절친, 남편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본 멋있게 사회생활을 하는 커리어우먼이 되기를 바라던 꿈?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밴드에 들어가 보컬로 공연을 하고, 전시회에 다니며 결핍된 예술적 감성에 취하고 싶어 하는 나의 취미? 퍼스널 컬러 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나름 패기 있게 1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과 더불어 마케팅도 잘 못해 매출도 지지부진하나, 매출과 개인 컨설팅 의뢰는 그나마 있어서 아직도 폐업하지 않은 내 작은 부업? 

하나하나 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여 만들어진 결과들이며 나의 일부분이다.

근데 이 경험들은 내 이상을 실현하는 일이긴 했지만 다양한 나를 찾는 작업들이 가능했던 건 바로 가족이 있어서 인 것 같다. 물론 가족이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에 찬성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마음 깊이 감사하며 사랑하고 있지만 결혼 전의 내 가족은 나를 올바른 길로 걸어가도록 어떤 부분에선 자유롭게 해 주셨지만 어떤 부분에선 억압한 부분도 있었고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했다. 아마 세대차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건 내가 선택한 가족(남편) 이야기이다.


적지 않은 수의 여자들은 쌩얼을 남자 친구에게 보여주는걸 극도로 꺼려한다. 내가 그랬다. 성인 여드름을 10년을 넘게 달고 산 나는 (못났던) 남자 친구들에게 외모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직설적으로 또는 돌려서 다양하게 내 외모에 대해 묻지도 않은 본인들의 의견을 말했다. 그럴수록 나는 내 얼굴을 화장으로 더 두텁게 가리고 화장 안 하는 날이면 자신감이 급 사라지는 경험을 해왔다. 


나는 2019년 멕시코계 미국인과 결혼을 했다. 외모도 전혀 닮지도 않고 완전 다른 문화와 가정환경에서 자라왔던 우리 둘이 가정을 꾸리게 되었는데, 지금의 내 남편은 연애 때부터 다른 남자들과 달랐다. 

내 얼굴을 보고 “피부가 참~ 깨끗하네(더럽네).”라던가 “(이야~) 화장 안 했어?” 이런 식의 폭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성난 여드름이 올라와있는 내 피부를 보고 스스로 못생겼다 생각할 때나 장시간 데이트로 화장이 지워져 커버했던 내 여드름 상처나 뾰루지들이 드러날 때도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결혼 후 문뜩 거울에 내 생얼과 머리가 엉망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 “내 꼴이 엄청 엉망인데 왜 얘기 안 해줬어?”라고 물어봤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은데?”다. 어쩌다 한 번씩 “화장 안해도 예뻐?”라고 물어보면 항상 “화장 안 해도 예뻐.”라고 대답하고 뜬금없이 “나 예뻐?”라고 물어보면 항상 예쁘다고 말해준다. 이 남자 뭐야.. 훗... 고맙게 시리... 물론 특별한 날 외출을 위해 화장을 정성스레 하고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주면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예쁘다.”라고 말해주지만.(안습)


그런 세월들이 쌓이고 쌓이니 나는 이제 더 이상 전처럼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고, 외모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의견과 결정들을 믿어주는 남편의 지지가 있어 스스로 더 단단하고 내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우리 둘이 생각하는 성향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결혼생활이 수월하기도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가족(남편)이 있기에 스트레스도 적고,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아직까지 내가 혼자였다면 오늘의 나처럼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당당한 나로서 살 수 있었을까? 예상컨데 약간은 자존감이 부족한 나일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에도 별로라고 생각했던 내 민낯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상호 존중하고 사랑하는 우리가 나를 나답게, 서로를 서로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내 절친, 남편! 항상 고맙고 계속 파이팅해서 새로운 가족맞이도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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