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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Aug 10. 2020

온돌문화와 카펫 문화

온돌, 내 신토불이(身土不二) 리스트 중 하나

좌식문화와 신발 벗기 문화에 익숙한 남자

바로 내 남편! 미국인이란 게 무색하게 남편은 진짜 한국에 살기 최적화된 사람인 것 같다. 오죽했으면 대학원 과제로 집안에 들어오면 신발 벗는 문화에 대한 짧은 영상을 만들었을까 싶다.

보통 외국인들이라면 힘들어하겠지만 온돌바닥에 앉아 먹는 식당도 꺼리지 않는다. (참 단련이 잘 되었어...)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한국사람들이 질색하는 '신발 신은채 침대 위에 다이빙'도 예전에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극혐 하며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드를 보면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우리 둘 다 혀를 차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극적으로 탈세균을 시도하는 게 없지 않아 있다. 나 역시도 외출복을 입은 채 침대나 집안 소파에 앉는 것을 피하는 편인데 남편은 그 정도 까진 아니다.(이점은 외국인 같다.)

이야기가 샛길로 새었지만 온돌의 우수성을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국뽕에 찬 나.) 참 영리한 기능성이 좋은 난방시스템이며, 청결하고 쾌적하게 집을 관리하기도 쉬운 문화이다. 안 그래도 호기심이 생겨서 온돌을 수출하는 기업이 있을까? 하고 찾아보았는 데 있긴 하지만 각 나라의 건축문화와 방법이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고 기존의 익숙한 체제를 바꾸는 건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발달된 것 같진 않다.   



밖에서 신고 돌아다니던 신발이 지나간 카펫 위에 애기가 기어 다닌다면... 면역력이 아무리 향상된다 해도 싫다.

미국집에 가면 맨발로 다니는 남편

남편이 좌식문화에 익숙한 반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 이 있다. 외출 시 신은 신발을 집에서도 신고 돌아다니는 미국 부모님 댁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상쾌함과 양말로부터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진짜 양말도 안 신고 맨발로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식겁했다.

제발 슬리퍼라도 신으라고 설득을 해봐도... 안된다. 그럼 제발 양말이라도 신어 주라...(눈물...) 이럴 거면 마음 같아선 부모님 댁도 공사를 해서 온돌로 바꾸고 싶지만 또 그것이 어려운 게, 공사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우리 미국 부모님은 완전 카펫/마룻바닥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노부부이기 때문에 온돌문화를 따르는(신발을 벗는)것이 어렵다. 아버님이 워낙에 한국 온돌에 대해 모르셔서 "한국에는 슬리퍼 장사가 정말 잘되겠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여하튼 원래 살던 데로 살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너무 바꾸려고 하는 것도 안될 일이다.



카펫 vs 마룻바닥(온돌)

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의 일화다. 작은형 내외가 카펫 청소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아주 비싼 청소기를 새로 구입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형수에게, 비싼 청소기를 사느니 카펫을 다 뜯고 원목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카펫은 너무 더럽고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그걸 청소기로 해결하려 해도 안될 거라며 의견을 펼쳤다. 그러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사실 남편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꽤나 강한 어조로 주장하는 편이다. 그래서 형 내외 vs 남편의 긴 토론이 시작되었다. 물론 나는 함구했다. 형 내외는 토박이 미국인이므로 카펫 문화가 당연하고 동생의 비판과 논리에 굴복하지 않을 기운을 느꼈다. 이에 나까지 이 싸움(?!)에 말려들면 일이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외롭게 사투?! 를 벌였지만 결국엔 설득에는 실패했다. (미안 남편. 이게 가족의 평화를 위한 내 최선이야...)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남편을 달래줬다.



나에겐 온돌문화가 압승!

청소기 때문에 시작된 논쟁에서 작은형의 아내가 주장한 점 중의 하나는 “카펫은 먼지가 잘 안 보이는데 마룻바닥은 잘 보여서 카펫이 더 좋다.”였다. 속으로는 말이야 방귀야?라고 생각했으나 완벽히 입을 다물었다.

'근데, 눈 가리고 먼지 먹는 게 좋은 건가?' 물론 사람마다 성격도 다 다르고 청소 성향도 다르니 그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생상으로만 봐도 카펫은 부적절한 것 같은데 관점이 참 다른 것 같다.

내가 잘 모르는 카펫을 까는 이유가 분명 있을 테니 더 이상의 지적은 멈추겠지만 나는 깨끗한 집 환경을 만들고 한겨울에 얼어붙은 몸을 빨리 녹여주고 난방 효율도 높고 난방비용도 저렴한 온돌에 살어리랏다!

남편! 올 겨울에도 뜨끈한 아랫목에 같이 누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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