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첨부파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lorsense Sep 10. 2020

30대 후반에도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이유

나 자신에 대한 믿음.

20대 후반 그래고 30대 초반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인연이 있다. 회사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당시에 나는 외항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나는 어학연수 때도 늘지 않던 영어실력을 늘리고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과 발전해 나가기 위해 스터디 그룹에 조인하여 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긴 글 주의. 결론이 궁금하다면 다음 단락으로 바로 넘어가도 좋음)

20대 후반 1년간 준비했을 때 만났던 그룹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치열한 사람들을 만났다.

가능성이 높지 않은 30대 중반 나름 연봉이 높은 직종에 근무함에도 꿈을 포기치 않는 사람, 승무원 스터디를 일주일에 3개 이상 하며 알바를 하는 친구, 충분히 괜찮은데 투명 교정기까지 새로 하며 치열을 고르는 친구 등등..

이렇게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보지 못했다. 그들 가운데서 나도 더 발전하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을 존중받으며 열심히 준비했다.


결국 그 그룹에서는 내가 아는 선에서는 총 3명의 승무원이 나왔다. 사실 실력에 비해서 메이저급 항공사는 못 갔지만 분명 더 좋은 곳으로 또는 다른 분야로 직종을 옮겨서 더 잘 됐을 거라 믿는다.

이렇게 자기 삶에 치열했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내가 남자 친구의 영향과 자신감 부족으로 승무원 준비를 포기하고 사정상 스터디가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연락이 뜸하긴 했는데 나중에 나만 제외하고 따로 연말 모임을 갖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만 빼고 만났냐고 물어봤을 때 승무원을 포기한 내가 그 모임 분위기를 불편할까 봐 나를 위해 연락 안 했다 했다. 그 이유가 변명이라고 생각됐던 이유는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 중 스터디 원년멤버였던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 역시 두 번의 최종면접 탈락으로 제풀에 지쳐 나보다 먼저 승무원 준비를 관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내가 그들 모임에 낄 만큼 친한 멤버는 아니었기 때문에 배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쳐진 것(?!) 반 그리고 자의적으로 첫 번째 그룹과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그 뒤로는 아무렇지 않았다. 애정이 크게 없었으니까.






(긴 글 주의 2. 이것도 길어서 읽기 귀찮으면 결론 단락으로 고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30대 초반에 만났던 두 번째 승무원 스터디 그룹이다. 꿈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다시 스터디 그룹에 조인했다.

첫 번째 그룹과 마찬가지로 멤버 대부분이 이렇게 까지 끈질기게 승무원 되는 것에 매달리는구나 싶어 나보다 다들 나이가 어렸지만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각자 가진 반짝임이 있었기에 멤버 모두에게 애착이 갔다.

그래서 승무원 되고 말고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지속적인 만남을 하고 싶어 내가 따로 그룹 이름까지 지었다. 그리고 최근 몇 달 전까지도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그룹에서 스스로를 여과시켰다. 멤버들과 나와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었고 관심사와 가치관 등이 다르다는 점을 승무원을 준비하는 걸 관두고 난 후에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초-중-고 또는 동네 친구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연대감은 있을지언정, 사회를 겪으며 달라지는 각자의 인생의 방향에 의해 서로 생각의 격이 생겨나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거의 똑같은 인생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그 우정이 오래가겠지만...)


이 그룹에서는 작년에 1명의 승무원이 나온 뒤로 또 다른 축하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 만나왔다. 한 달에 못해도 한 번은 만났고 인생의 대소사 중 하나인 결혼 소식을 무려 3건이나 서로에게 전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이들에게 느끼는 나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간지러운 칭찬만이 가득했던 방에서 난 비교적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최대한 호응했고, 다들 지성인들이니 꼭 승무원 관련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회 돌아가는 것도 얘기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은 인스타에 어디 어디 맛집을 가고 핫플을 가고 그런 것들이 나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 외에는 그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들이나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대화 주제를 화두로 던질 때도 그 멤버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주제로는 다뤄지지 않았다. (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이런 이유로 다들 경우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끼리의 논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한 명 한 명 나와는 생각의 차이가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생의 가치를 다른데 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에 집중하고 공감하기가 힘들어지면서 겉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티를 낸 적은 없지만 나중에는 본인들이 자랑하고 싶은 일을 얘기할 때 진심으로 축하를 하거나 그 가치에 공감하기가 어려워져 챗방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그룹을 챗방을 탈출할까 많이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내게 나중에 필요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지금 느끼는 것들이 바뀔 수도 있겠지 하는 계산적인 생각에서 끊어내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의 인물의 별거 아닌 행동이 내게 트리거가 되어서 인연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아무 말 없이 챗방을 나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내가 챗방을 나간 걸 알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내게 말을 시키는 멤버가 있어서 사정 설명을 했다.

(예의상?!) 마음 편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말에 고맙다고는 했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그 그룹에서 나만 다른 색깔을 가졌으니 내가 빠져주는 게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도 그렇게 쉽게 인연을 끊었다. 나는 친구도 많이 없고 의지하고 맘 터놓을 만한 회사 동료 한 명 없는데 말이다.(물론 언니 동생 하는 예전 직장동료는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친구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이 없어지고 더욱더 인간관계를 미니멀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나는 좋은 사람이고 남들과 다 같을 수 없다는 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확신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여 생기는 것이겠지만, 올곧게 살고 있고 스스로를 빨리 인정하고 나아지려고 하는 나에 대한 믿음과 정서적인 안정감이 있어서 나 스스로를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도 그 큰 요인중 하나다. 내 가정이 생겼으니 책임져야 하고 원래부터 있는 가족 또한 내가 의지할 수 있고 도움 줄 수 있는 끈끈한 관계이니 비록 티격태격하고 서운할 때가 있더라도 이처럼 튼튼한 울타리도 없을 것이다.

또한 내가 곁에 있는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지금처럼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인 것처럼, 다소 섭섭하게 하거나 잠시 소원해질지라도 그들 역시 다시 원래 내 옆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니 크게 걱정스럽지 않다.


나는 인간관계의 사이즈에 집착하고 확장하려는 욕심은 없다.(성공 욕구가 적어서 그럴지도...) 다만,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좋은 친구들이 분명 내게 또 찾아올 것이고 그땐 그 사람들에게 꼭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첨 : 2020년 9월 23일)

오늘 인연을 끊었던 지인들로부터 한소리씩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이런 건 아닌 거 같다'. '결혼식에 들러리로 초대한 거냐?' 등등... 물론 그들은 뭔가 갑자기 변절한 것 같은 내게 배신감이 들고 말없이 떠나온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 나 또한 그들의 반응을 이해한다.

그들에게는 '갑자기'이지만, 티를 안내서 그렇지 나 또한 그들에게 시시콜콜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다 말할 수는 없는 고민의 시간을 여러 달 보냈기에 나 스스로는 이들의 분위기에 적응하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각자의 개성을 받아주기엔 내 자아도 너무 강했다.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 무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나 혼자 느끼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게 굴어서 상대방을 기분 상하게 만들건 없으니까... 여하튼 내가 마무리를  하고 미흡하게 말없이 채팅방을 나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받았던 축의금까지 요청에 의해 돌려주고나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로 인해 관계를 정리할 때 굳이 얼굴 붉히며 싸우고 끝낼 필요도 없지만 마무리는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게 깔끔이 하는 게 좋겠다고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역시나 좋은 이별은 세상에 별로 없는 거...!


매거진의 이전글 악의적 댓글에 대댓글은 무의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