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길손에게 무시하나 뽑아주기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하는 마음
“장사꾼 보리 한 됫박하고 농사꾼 보리 한 됫박에는 한 홉 가량의 칭아(차이)는 있었인께. 도부꾼한테는 됫박 후하게 주고도 잠재우주고 죽 솥에 물 한 바가지만 더 부으믄 객식구 죽 한 그릇이사, 목마른 길손에게 무시 하나 뽑아주기 예사요. 그래도 인성이 비굴해졌다 하겄나?”
토지 3부3권 98쪽에서 참조 / 마로니에 북스
예전에 시골에 살 때의 일이다. 우리 할머니는 밥을 먹다가도 이웃집 아줌마가 찾아오면 밥 한 술 뜨고 가라며 그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곤 하였다. 어릴 때는 그렇게 소박한 농가의 안주인이었던 할머니의 후한 인심을 보고 자랐다. 누가 우리 집에 왔다가 물도 한 그릇 안마시고 가면 여간 서운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빈 입에 이래 가서 우야노?’라며 미안해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때는 목마른 길손에게 무시하나 뽑아주기 예사였던 것이다.
‘목마른 길손에게 무시하나 뽑아주기’
길손이란 먼 길을 가는 나그네를 말한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무슨 볼일로 그 동네를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다. 그런 나그네에게, 그것도 목마른 나그네에게 무시하나 뽑아주면 그 사람은 허기와 갈증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나그네를 잘 대접해야한다는 문화는 비단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인심이었다. 남의 딱한 처지를 헤아려, 그 마음을 알아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말한다.
오늘날처럼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에서 손쉽게 생수를 살 수도 없었던 시절에는 그런 후한 인심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인심(人心)이란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하는 마음인 것이다.
‘목마른 길손에게 무시 하나 뽑아주기'
왠지 박경리 소설 <토지>에 나오는 이 구절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