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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레 May 15. 2022

아이패드로 매일 그림 그리기

디지털 드로잉의 세계를 접해보니

“먹고 싶은 걸 그리는 거냐?”

“잘 그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았구먼!!”


친구들은 물어왔지만 내 대답은 “아니다”

유튜브로도, 인터넷 강의로도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요즘 애들은 유튜브로 놀이도 공부도 한다던데, 결국 서점에서 그림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 드로잉 책을 한 권 골라서 그 책에서 소개하는 순서대로 매일 하나씩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가끔 하루에 두 개를 그리거나 건너뛰는 날도 있지만, 하루하루 순서대로 날짜를 기록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매일 하나의 그림을 업로드해오고 있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왜 회사 소셜미디어 관리하듯이 하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꾸준한 것보다 강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코믹한 포인트는 유튜브나 인터넷 강의에서 설명하는 걸 이해하지 못해 헤맨 경우가 많았는데, 책으로 접하며 실제로 단계별로 그려가다 보니, 프로그램의 기능을 익히기가 한결 수월했다. 결국 옛날 사람임을 인증하며 디지털 그림 배우기를 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로 배우게 된 것이다. 계기는 아이패드.


10년쯤 전에 국내에선 구매할 수도 없어 캐나다에 거주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선배에게 구매를 부탁하고 전파연구소에 등록까지 해가며 썼던 1세대 아이패드가 멈춘 지도 한참이 지났다.


대학원 수업 때 필요해서 쓰던 맥북에어도 너무 낡아 버린 어느 날, 아이패드를 장만했다. 회의도 하고, 자료도 취합하며 잘 써왔는데, 안타깝게도 애플 펜슬을 사용할 수 없는 모델이라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나의 첫 아이패드 드로잉 :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프로크리에이트 가이드> 라는 제목의 드로잉 책을 보고 따라 그리기를 계속 해오고 있다.

결국 지난 연말에 가성비가 좋다고들 하는 아이패드 9세대를 구매했다. 애플 펜슬도 구매해서 프로 크리에이티브라는 엡을 다운로드했다.


지난 3월 이무진이라는 청년 가수 이야기를 담은 브런치의 글 가수 이무진 아빠 찾기​ 를 소개하며 아이패드로 그린 2장의 디지털 드로잉을 공개했다.


유튜브를 보고 블로그를 살펴가며 프로그램 설명을 겨우겨우 따라가며 그렸는데, 기능에 대한 이해도 얕고, 레이어에 대해 차분하게 접근하지 않은 탓에 반복적인 실수를 거듭했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술 독학은 정말 어렵다. 그것이 디지털이거나 아니거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이나 영어 공부라면 참고서도, 정답도 있지만 미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지 못한 형태, 내 드로잉 실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실, 새해를 맞으며 회사 상황은 달라졌고, 업무도 바빠져 수월한 상황은 아니었다.


난 이미 6년 가까이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문화센터에서 저녁 미술수업을 해오고 있고, 2년을 넘겨가며 유지해온 일요일 오후 미술수업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내 미술 능력 향상에 쓰고 있었다. 하지만 더디기만 한 걸 어쩔.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제주에서 살던 시절, 코로나19로 미술수업이 멈추었을 때 집에서 나 홀로 그리던 그림 중에는 스스로는 수습이 안 되는 상태에 머문 초벌만 칠해진 그림도 꽤 있다.


이 그림들은 형태부터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 덜컥 수업시간에 중간과정부터 진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해보자니, 할수록 더 수습이 어려운 상태로 나아가는 상황 발생. 입시미술학원은 성인 취미반은 받지 않아 수소문해 지역의 사설 화실을 찾았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주 1회씩 하던 드로잉 수업은 두 달만에 끝났다. 칼퇴 후 막히는 퇴근길을 30분 남짓 운전해 좁은 골목에 주차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그마저도 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다시 홀로 돌아온 나는 매달 한 권씩 드로잉 책을 사서 따라 그려보기로 했다. 먹고 싶은 것을 그리느냐는 오해는 이 책의 초반 아이템이 죄다 먹는 그림들이기 때문이고, 그 뒤로 각종 소품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이 그림들이다. 뭔가 더 답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걸어가 볼뿐. 그려가 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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