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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레 Dec 15. 2023

두둥~ 짠! 집앞목욕탕 2호

구덕운동장, 최동원, 그리고 구덕탕

이번엔 구덕탕이다. 어쩌면 구덕야구장?  아니, 최동원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목욕탕 르네상스’를 꿈꾸는 매끈목욕연구소가 마흔 개의 목욕 소품으로 표지를, 부산탕을 커버스토리로 꾸린 잡지 ‘집앞목욕탕’을 10월 창간한데 이어 11월 말 2호를 발행했다.


중철 책자 형태이던 1호를 딛고 160페이지 볼륨으로 무게감까지 갖춘 집앞목욕탕 2호는 현빈 주연의 드라마 ‘친구’에 등장했던 구덕탕이 주인공으로 등판했다. 이건 아무래도, 현빈급 출연으로 봐야겠지?!?! &%#%¥*₩@(£>+^=$<{-]:;?! ‘아무 말’ 이래도 할 말은 없다. ^*+

중철 형태인 집앞목욕탕 1호와 달리 2호는 160페이지 볼륨을 갖춰 존재감 두둑

집앞목욕탕 2호는 묵직함이 주는 존재감 못지않게 표지도 인상적이다. 구덕야구장 관람석, 투수석에 놓인 야구공, 조명탑, 목욕 중인 어르신들까지 총 4가지의 표지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구덕탕과 구덕야구장의 면면을 4가지 표지로 꾸린 집앞목욕탕 2호

구덕탕은 1981년 부산 대신동에 문을 연 동네 목욕탕이지만 단순한 동네 목욕탕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09년 드라마 ‘친구’는 물론, 2018년 영화 ‘마약왕’에도 등장해 목욕업계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주목받는 곳이니까.


더구나 구덕탕은 부산=야도를 떠올리기 하는 자이언츠의 첫 번째 홈구장이었던 구덕야구장 인근에 있다. 또 주변의 구덕터널은 1984년 개통 당시 전국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는 사실, 산업화의 상징이기도 한 구덕터널의 개통은 구덕탕의 성장과 영광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건축 전공자나 건축문화기행의 인기 답사지이기도 한 구덕교회를 요즘 잘 나가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사실까지. 집앞목욕탕 2호에는 구덕탕을 둘러싼 부산 서대신동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흥미로운 건 집앞목욕탕 2호엔 구덕탕을 26년간 운영해 온 주인 부부의 인터뷰. 목욕탕을 둘러싼 기쁨과 슬픔이 오롯이 담겼다. 인터뷰에 담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 내 몫이었다.


초창기 목욕탕 보일러의 연료는 나무, 아저씨는 보일러공으로 일을 시작했단다. 그 시절, 전기톱에 의해 둘째 아이가 다친 사연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다행히 상처가 잘 아물었고 흉터도 없다고.


아주머니는 나가시로 불리던 세신사로 일하며 서럽고 힘들었던 그 시절 이야기를 전한다. 큰 아이는 업고, 작은 아이는 보행기를 태운 채 바닥 청소를 했다고. 초등학생 시절 큰 아이는 엄마가 때밀이라는 사실에 나란히 걷기를 꺼려 속상했던 기억까지, 그래도 이제와 보니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구덕야구장하면 떠오르는 야구선수 최동원. 부산은 목욕탕만큼이나 최동원으로, 야구로 설명되어야 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틈새 광고로… 지난해 유화로 그렸던 마운드에 선 최동원 선수 시절. ‘1984 최동원’도 소개해본다.


한편, 집앞목욕탕을 펴내는 ‘SMOOTH X DAILY = 일상을 매끄럽게’라는 슬로건의 매끈목욕연구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의 2023 인문다큐 영화 공모에 당선되어 목욕탕 다큐멘터리 ‘굴뚝일화-부산의 동네목욕탕 이야기’를 제작했다.


굴뚝일화 다큐멘터리에는 집앞목욕탕 1,2호에 소개된 부산탕과 구덕탕의 이야기도, 내가 그린 몇몇 삽화들도 포함되었다. 장담컨대, 너무 재미있으니까 꼭 보시라. 목욕탕을 주제로 역사와 문화와 감성까지 모조리 담아낸 수작이다.

‘목욕탕’이라는 멋진 문장이 가득 담긴 에세이 한 편을 읽어주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 영상에 등장하는 어르신들도, 목욕탕 사장님들과 단골손님들까지 정겹다.


목욕탕 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일상을 매끄럽게’를 꿈꾸며 매주 지역의 다른 목욕탕으로 주말 목욕투어를 다니고 있다. 목욕탕은 사진을 찍기 어려운 공간이다 보니, 많이 봐야 그림을 그리기 수월할 것 같아 투어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크고 작고 다양한 목욕탕들의 같기도 다르기도 한 모습들이 재미있다.

강민아. 구덕탕 오픈런. 2023. 디지털드로잉.집앞목욕탕2호

지금과는 달리, 예전엔 목욕탕이 흔했고, 또 인접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대여섯 살부터 열 살 무렵까지 살았던 우리 집이 있던 골목 안 바로 옆집이 목욕탕이었다. 그야말로 집앞목욕탕. 옆집목욕탕.


동네를 오가며 나무를 때던 뜨거운 보일러실을 지나, 수증기가 몽실한 목욕탕 창가를 건너가면, 볼이 빨갛게 변한채 단지모양의 바나나우유를 들고 엄마와 길을 나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목욕탕에 대한 추억이 많다. 언젠가 모두 그려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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