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다시 시작된 인생
퇴사를 하면 인생이 꼭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8년이란 세월... 나이가 이제 삼십 대 중반을 곧 바라보는데, 나에게는 정말 힘든 터널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달 나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저버리고 사직서를 던졌다. 사직서를 던지고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오후에 나오는데,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깃털 같이 날아갈 듯 마음이 홀가분했다. 자유의 공기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회사를 다녀야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 안 나오는 것 같다. 타인의 시선, 부모님의 강요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다녔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어느 정도 자라니 나에게도 결정권이 생겼다.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실 나는 정말 이런 결정은 늦게 내린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백수가 되는 순간 나의 길고 길었던 회사 우울증이 사라졌다. 심지어 퇴사를 결정하기 전에는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아서 병원까지 다니면서 도움을 받았다. 정말 내 삶이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이었다. 여성 커리어 우먼으로서 남부럽지 않은 소득,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뒤 나의 지독한 우울감은 말끔하게 사라졌고, 병원에서도 더 이상 진료를 안 잡으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떠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자신만이 제일 잘 안다. 사실 이번이 세 번째 퇴사이고, 그동안 나는 고군분투하면서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숨 가쁘게 살아왔다.
마지막 직장은 일보다는 특히 사람들이 나랑 안 맞았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정말 무서웠다. 매집도 세졌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괜찮아 지려고 하면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하고..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나는 어느 순간 그들 앞에서 폭발을 해버렸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렸다. 그들을 반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상대는 나의 직장 상사 나 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용납하지 않았고, 나를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유교전통 사상이 뿌리 깊게 박힌 조직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대드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짐을 싸게 되었고, 그 회사와의 인연은 거기까지 였다.
수많은 괴롭힘, 언어폭력,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비단 나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테지만, 나는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겪였다. 그때마다 내 가슴에는 상처로 남았다. 나는 남들보다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람이 했던 말, 표정, 어투, 시간, 장소까지 상세히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이런 습관은 나를 점점 괴롭혔고, 그 사람이 내뱉었던 말이 계속 출근할 때마다 생각이 났다.
집에 오면 애가 내 앞에서 보이지 않았고, 그 비수 같은 말만 생각하며, 그 상황을 곱앂으며, 되뇌었다. 도저히 그런 연결고리를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상당한 수입을 벌고 있었지만, 정말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생각을 했고, 몇 달을 고민하고, 밤잠을 못 이루며 혼자 끙끙 앓다가 신체적인 문제가 생겼다. 나는 응급실로 갔고, 그 뒤로 CT를 두 번이나 찍게 되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회사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상상을 했고, 이렇게 살다가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내가 죽어도 회사 사람들은 날 비웃을 게지...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며 차라리 출근길에 객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죽는 건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최근에 자살한 연예인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나도 어렸을 때는 어느 누구보다 밝고, 웃음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갑갑하고 억압적인 조직 문화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은 말도 거의 안 했고, 작은 실수에도 화를 냈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일에 괜히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이런 말과 이메일을 모두 다 수집하였고, 직장 내 괴롭힘 법이 통과된 날, 직장 갑질 상담을 노무사에게 까지 받았다. 노무사도 이러한 인격적인 모욕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했고, 신고를 하라고 했다.
나는 신고를 했지만, 아무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괴롭힘은 더 거세졌고, 나는 참을 수 없어서 폭발한 것이었고, 나에게 한 달 뒤 내려진 것은 "권고사직"이었다.
두둥!
이제 다음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말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