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ganizing Dimension을 극대화하는 것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침착맨 유튜브를 즐겨본다. 또한 침착맨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데, 아주 안타깝게도 학교 다닐 때는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내가 안산에 있을 때 그는 충주에 있었기 때문이다(아무 상관없다는 뜻). 침튜브에서 이동진 평론가를 보게 되었는데 한참 웃고 있다가, 내 노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침튜브, 삼국지로 입문했습니다.
노트의 제목은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하는 한줄평과 같이 지어야 한다. 물론 한 줄의 문장으로 100~130분 내외의 콘텐츠를 요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명징, 직조'를 듣게 되면 기생충이 생각나고, '공업적 최루법'을 듣게 되면 신과 함께가 생각나게 되었다. 나의 해석과 관점이 들어간 단어와 문장만으로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한줄평과 같은 단어와 문장 구조를 가져가라는 말이 아니다. 기능적, 의미적 역할을 모방하자는 것이다. 영화의 한줄평과 같이 노트를 요약하고 제목을 짓게 되면 노트의 연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가지 주제를 담자고들 이야기한다. 하나의 제목을 통해 전체를 연상할 수 있게 한다면 Modularity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나를 설명할 수 있고, 이름표 하나 정도는 달았으니까.
그다음 생각하면 좋을 것은? 차돌짬뽕을 냉면과 우동 사이에 둘 것인지, 짜장면과 탕수육 사이에 둘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면요리로 보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중화요리를 살펴보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차돌짬뽕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지만 내가 그것을 어느 장단으로 불러올지 정할 수 있다.
어휘력이 늘어나면 세상을 볼 수 있는 창(frame)이 넓어지고, 많아진다고 하였다. 한 가지 본질을 바라볼 때 다양한 해석과 설명의 결을 제시할 수 있다면 참 좋지 않겠는가. 내 인지 범위가 가능한 한에서는 다양한 분류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노트를 쓰기는 하는데 몰스킨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종이는 앞과 뒤에 한 장씩, 총 두 장만 있을 수 있지만 디지털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폴더 구조 자체가 어색한 세대가 있다 한다.
판사님 저는 MZ 세대입니다. M 맞습니다.
종이에 적든, 아이패드를 사든, 노션이나 에버노트를 쓰든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 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를 생각하기 위해서 때로는 폴더가, 때로는 태그가... 함께 아는 친구가, 중매쟁이가, 그래프와 예쁜 배치가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다가갈 방법을 굳이 확정하지 않았을 때에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요약하자면 나는 그를 부른다는 것이다. 그가 무얼 타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표지사진 출처: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