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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변 Apr 20. 2020

n개월째 이별 중

코로나가 갈라놓은 대한민국

1번 확진자가 나온 후로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설 연휴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로 번질 줄은 몰랐다. 한동안 조심하면 금방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2월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니 답답하고, 귀도 아프고, 안경엔 습기가 차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회사에선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대화 나누기도 쉽지 않았다. 조를 나눠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그건 또 말처럼 쉬운가? 너무 불편해서 의자도 사고 모니터도 샀다.


게다가 코로나19 덕분에 업무량은 더 많아졌는데 근무시간을 줄이니 업무부담은 배가 됐다. 약속도 다 취소돼서 집에만 박혀 있다 보니 먹고 움직이질 않아서 살만 찌고 있다.




무엇보다 힘든 건 한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매월 두 번씩은 고향에 다녀왔는데, 설 연휴 이후로 3개월 동안 서울에 눌러앉아 있다. 하필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이라 회사에서도 모든 출장 등 방문을 금지한 데다가, 터미널이나 역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그 이동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로 인해 내 가족, 내 연인, 내 동료가 아프게 된다면?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꾹 참고 있다. 대신 평소에 안 찍던 셀카도 서로 잔뜩 찍어서 보내고, 통화도 더 자주 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며칠 전, 너무 답답해서 라이딩을 하러 갔다.


한강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거리두기 따위는 없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걸어 다니며 이야기를 하고, 우르르 뛰어다니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없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달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지나친 번화가에는 담배를 피우며 가래침을 뱉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또 2주 연장됐다.


...


어떤 나라처럼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하고 이동을 봉쇄할 필요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니까. 그저 불필요한 외출 삼가고, 외출하더라도 사람 간 충분히 거리 두고, 어딜 가든 마스크 열심히 쓰면 된다. 이게 어려운가?


방심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젊고 건강해서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건 본인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은 건강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 전염되어 고통받게 될 것이고, 의료진들의 이마에는 또 깊은 상처가 남게 될 것이며, 누군가는 2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2주가 마지막이길, n이 3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다 같이 딱 2주만 더 고생하고, 다 같이 마스크 벗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봄날을 즐기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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