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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변 Sep 13. 2020

[별별불] 왜 구상권을 청구할까

구상권의 의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다 잡혀가던 코로나19의 불씨가 클럽, 집회 또는 종교단체 등에서 되살아나면서 사람들은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자고 한다. 그러면서 한 단어가 수도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구상권이다. 언론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구상권을 언급하고 있고, 지금 당장 네이버 기사를 검색해봐도 실시간으로 구상권 관련 기사가 등록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사나 뉴스 방송을 보면 항상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과연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표현이 올바른 표현일까?




구상권(求償權)이란, 내가 쓰지 않아도 될 돈을 남을 위해 대신 썼을 때 원래 돈을 썼어야 하는 사람에게 '내가 너 대신 돈 썼으니 그 돈 나한테 줘!'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돈을 달라고(償) 요구(求)할 수 있는 권리(權)다.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을 구상(求償)이라 하고, 구상권을 통해 달라고 할 수 있는 돈을 흔히 구상금(求償金)이라고 한다.


종종 뉴스에서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라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구형(求刑)도 비슷한 형태로 조합된 단어다. 검찰이 재판에서 '그놈한테 10년형(刑)을 선고해주세요'라고 요구(求)하는 것이다.


뜻풀이를 해보니 구상권이라는 단어 자체에 뭔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청구권의 일종인 것인데, 왜 청구권을 청구할까?


SBS 뉴스 캡처


구상권은 권리다. 그리고 권리는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자가 권리자로서 행사하는 것이다. 권리자는 구상권을 구상금 청구의 방식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이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은 굉장히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상권 행사'가 올바른 표현이다.




사실 뭐 뜻만 통하면 청구를 하든 행사를 하든 상관없다. 뭐든 해서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언론에서는 조금 더 나은, 더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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