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 식사 예절에 가까웠던 것 같다. 밥 먹으면서 돌아다니지 마라, 잔반을 남기지 마라, 편식하지 마라 등. 다 큰 어른이들을 위한 식사 예절은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일까.
혼자 먹으면 세상 즐겁게 먹는다. 비주얼과 냄새로 맛을 상상하고, 느긋하게 음미한 다음 충분히 씹고 삼킨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혼밥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불편한 식사 시간을 맞이한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도대체 왜 불편한 걸까?
물론 식사 예절에 정답은 없다. 법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필자가 불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식사 예절을 제시해보려 한다.
쩝쩝 소리 내면서 먹지 않는다.
지금 씹고 있어요! 이제 삼켜요! 생중계를 하면서 먹는 사람이 있다.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음식까지 소리 내지 말고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쩝쩝 쭵쭵 쫩쫩 소리가 나지 않게 입을 다물고 천천히 먹어보자.
천천히 먹는 사람의 속도에 맞춘다.
훈련소 때도 10분 안에 밥을 다 먹어야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그만큼 굴려준 덕분에 소화는 됐으니까. 하지만 밥 먹고 들어가서 바로 몇 시간씩 앉아있어야 하는 직장인은 다르다.
어쩜 그렇게 전투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음식을 씹기는 하는 걸까? 상사가 7분 컷으로 식사를 마치고 마스크를 쓰면 나머지 사람들은 느긋하게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7분 컷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음식을 뱃속에 집어넣는다. 소화가 될 리가 없다. 그렇다고 적게 먹고 남기자니 3~4시만 되면 배가 고플 것 같다.
먼저 먹고 일어날 게 아니라면, 제발 천천히 먹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자.
잔반 정리는 천천히 한다.
잔반을 한 곳에 모으는 것도 나름의 예절이다. 치우는 분들의 일을 덜어드리기 위한 수고로운 행동이니까. 그래도 적당히 타이밍은 보고 정리하자.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았는데 앞사람이 잔반을 한 곳에 모으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접시에서 불협화음의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스팸김치볶음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 수는 있겠지만, 커피에 김치, 스팸, 파기름을 넣고 말아먹지는 않는다. 잔반이 모이면 결국 음쓰라는 말이다.그러니 제발 다른 사람들이 다 먹을 때까지 잔반 정리는 잠시 기다려주자. 식사 시간까지 맞춰주면 제일 좋고.
직장인들이 대부분 아침을 거르는 점을 고려하면, 식사시간은 직장인들에게 몇 시간 안 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필자는 저녁을 챙기지 못해 점심만 먹게 되는 날도 있는데, 일부러 1일 1식을 하는 사람도 꽤 많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위에서 말한 세 가지만 지키려 노력해보자.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에 대한 멋진 배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