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바람결에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노오란 산수유 꽃, 연분홍 매화꽃이 반갑게 손짓한다. 여기 좀 보라고. 드디어 봄이 왔다고.
정신을 차려보니 4월이다. 그럴싸한 새해 계획도, 별다른 포부도 없이 벌써 올해가 1/4이나 지났다. 아껴 쓴 시간들도 아닌데 왜 이리 아까운지. 아껴 쓰지 않아서 더욱 아까운 것이겠지. 이대로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올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인생도 허무하게 끝나버릴 것 같아 초조해진다.
무기력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스스로를 게으르다며 질책하던 날들. 무엇인가 해보려고 했다가 이내 포기하던 날들. 어차피 잘 안 됐을 거라며 자위하던 날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결국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봄바람이 어깨를 토닥인다. 괜찮아. 아직 봄이잖아. 봄바람을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내쉰다. 그래, 아직 봄이야. 내가 언제 뭐 대단한 걸 했나.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지.
당장 컴퓨터 앞에 앉아 몇 글자라도 써 내려간다. 봄내음이 밀려온다. 역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