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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릴리 Sep 01. 2022

2화. 유니콘 잔혹사 - 동료편

끝을 정해놓은 인사팀과 대화하는 일 D-103

나에게 우호적일 수 없는 팀원을 내가 내 손으로 채용하다


K를 채용했던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K의 하이어링매니저였다. 이력서를 보건데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쳐가는 스타트업에 적응하기엔 문화적으로 결이 맞지 않아 보였다. 장교로 근무한 군대에서의 경험과, 키와 몸무게가 강조된 이력서는 생소했다. 기업에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대외협력 경력자를 뽑기로 했던 회사의 방침과도 맞지 않았다. 정치집단에서의 경험이 전부였고, 채용했을 때의 리스크가 커보여 채용에 반대 의견을 냈다.


나를 제외한 세 사람 인터뷰 패널들의 의견은, 나의 의견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의 의견들도 있었다. 사업 이해도에 대한 습득력이 높을 것이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평이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회사가 정해놓은 채용 기준에 맞지 않지만. 예외 적용을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 보는 내 안목이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나는 6개월가량 채용를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나와 회사 모두 구미에 맞는 인물은 찾기가 너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이어링매니저인 나만 생각을 조정하면, K를 채용해 마음을 다해 돕고 지원한다면 (아무렴 사람이 하는 일인데) - 함께 성장할 수 있고 회사에 팀으로 함께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을 열고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인터뷰 디브리프 현장에서 yes로 의견을 선회했다.

"저와는 정말 다른 분이지만, 그 부분을 장점 삼아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채용 과정을 클로징하는 나의 멘트였다.


최선을 다하는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

내 마음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대는 나의 선의를 악으로 받아들인다


K가 입사했다.

적잖이 소심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수습기간을 통과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했고, 스타트업 조직원 중에 자신이 늦깍이 이직자라는 사실에 신경쓰여 했다. 인터뷰 평가 과정 중 누가 자기에게 긍정 평가를 했고 나쁜 평가를 했으며 외부 평판 조회 때 자신에 대한 어떤 메시지가 나왔는지 지속해서 묻는 일이 잦았다.


기업에서 일을 해보신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여전히 힘든 포인트였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메일의 참조조 기능이 무엇인지, 구글독스가 무엇이고 함께 문서 작성하는 개념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은 가르쳐드릴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다. 업무 스케줄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것도 (때로는 너무 힘들긴 했지만) 내가 백업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디테일을 챙기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었으니까.


가장 힘든 것은 K의 마음상태였다. 여유가 없어 보였다. 나보다 나이는 몇년 위이지만 나보다 경력이 짧았던 그는, 나를 불편해하고 견제했다. K가 정말 취약했던 업무 스케줄 준수 영역에 있어서 피드백을 드렸을 때도 격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프로패셔널로 성장하기 위한 처우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사석에서 한 일이, 나이 어린 여자로부터 팁을 받는다는 것에 극도의 빈정감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K는 수습기간 중 감정적으로 너무 취약했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항상하며 불안해 했다. 그가 그럴 때마다 '그건 K님이 마음 속에서 키운 이야기인 것 같다'고 타일렀다. K님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계시고, 그 좋은 점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제가 지원드리겠다고도 응원했다. K가 온보딩 하는 기간 내도록 점심과 저녁에 내가 알고 있던 사내 사람들 모두를 동원해 점심과 저녁식사에 초대하며, 진심으로 K의 성공적인 안착을 빌었다.


나에게 악의를 가진 동료가 가랑비처럼 뿌리는 지속적으로 뿌려왔던 모함

나를 재기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다


나의 진정성과 노력을 K가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평가권을 가지고 있었던 K의 수습기간이 종료되기가 무섭게 K가 나에 대해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나이도 어린데 자기를 이겨먹으려 한다, 승진에 욕심이 있다, 모든 것을 간섭하게 못살게 군다 - 이런 메시지들은 시간을 거듭하며 강화되었고, K가 나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서 포지셔닝은 분명해졌다. 내가 대외 일정을 소화하며 누구를 만나는지에 대해 본인이 다 알지 못하는 것에 불안감을 보이고 짜증을 내기도 하셨는데, 그 불안감을 사내 사람들과 숱한 술자리를 가지며 험담 안주거리로 삼았던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동료가 합류했을 때에도 나에 대한 부정 인식을 계속 심어왔던 것도 K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K와 똑같은 전술을 쓰지 않았다. K와 개별 면담을 할 기회가 있을 때에나 다른 팀의 동료나 인사팀이 나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나와 나누었던 내용과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지 지나가며 물어보는 것이 다였다. 그럴 때마다 K는 즉답을 피했고, 내가 왜 그런 걸 이야기해야하는지 반대로 역정을 내기도 했다. 나는 그래도 K를 믿기로 했다. 불안감이 종식되는 K의 적응기가 끝나면 - 내가 그간 자신을 위해 노력해 왔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마음을 잘 가다듬고, 정말 믿기로 했다.


전장의 워리어에 불편감을 느꼈던 오너, 경쟁 조장이라는 명분으로 덫을 놓다


한번은 K가 솔직하게 이야기한 일이 있다.

채용 시에 내가 K를 반대한 사실을 입사 초기 오너로부터 들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솔직히 K는 나를 믿고 좋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의 소심한 성품을 생각해봤을 때, 오너가 나에 대해 한 이야기들이 K의 마음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로 각색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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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가지고 있던 불안은 사내 인맥들 앞으로 나에 대한 부정 여론을 꾸준히 확산시키는 행위로 나름의 안정감을 느껴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나와의 개별 면담에서는 다른 얼굴로 업무적인 상황 판단이나 노하우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받아들이기를 반복했는데, 나 역시도 그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업무적인 질의에 있어서는 성심성의껏 나만 가지고 있던 노하우나 상황판단에 대한 의견을 부어주었다. 


K는 일년 동안 그런 시간을 보낸 뒤 본인의 업무역량이 차올랐고 본인의 신뢰가 나보다 더 커졌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이 역학관계를 이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 1화. 회사가 불편해하는 사람에 대한 묘사 

> 프롤로그. 강제퇴사 과정 묘사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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