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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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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ilsang Jul 07. 2020

차가운 시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녹지 않은 결명자가 시원하다. 딱 이 정도면 나는 괜찮았을까?

따뜻한 봄과 여름 사이에서 겨울을 느꼈다.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친구와 특별한 산행을 계획했다. 등산에 재미를 붙인 요즘 강아지와 같이 산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강아지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사항이 필요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산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처음 우리의 목표는 사패산이었는데, 사패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산이라 반려동물은 입장 불가라고 한다. 사패산 외에도 북한산, 설악산, 치악산, 소백산 등 여러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이유는 자연환경 보호법에 따라 국가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천연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과 희귀한 동물의 서식지에 해당할 경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심 끝에 아차산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서 본 아차산 돌


산행 당일, 친구를 만났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친구는 많이 지쳐 보였다.     


“너 괜찮아?”

“아니, 체력 다 썼어.”

“강아지 계속 업고 가려고?”

“아니, 산 입구에서 내려놔야지”     



지하철 7호선 아차산역까지 친구는 내내 두 마리의 강아지를 보호 가방에 넣어서 앞, 뒤로 매고 이동했다.  마침내 도착한 아차산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고, 우리는 입구에서 김밥과 얼리지 않은 생수를 한 병 더 사고 나서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아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등산로 입구를 막 지나서 열 발자국을 떼었을까? 코코(강아지) 녀석이 심상치 않다.


아뿔싸, 큰 실례를 하고야 말았다. 친구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큰 볼일을 해결한 후에는 볼일을 보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으니 당연히 큰 볼일은 안 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자연에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코코 녀석은 내려 논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볼일을 본 것이다. 챙겨 온 휴지로 주섬주섬 정리하고 이제 정말 진짜 산행이 시작됐다.



산에는 반려동물을 데려온 등산객들이 꽤 있었고, 혹시나 강아지들이 마주 보면 경계하고 짖을까 봐 맞은편에 강아지가 오면 눈을 가리거나 기다렸다 가고를 반복했다. 다행히 올라가는 동안 코코는 한 번도 짖지 않았고 우리보다 세 걸음은 앞서서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저씨! 아차산 정상은 얼마나 남았어요?”

“한 1km 더 가면 있어요.”

  



“아저씨! 아차산 정상까지 얼마나 걸려요?”

“천천히 가면 40분~, 빨리 가면 30분~”     

.

.

이상하다. 한참을 올랐는데 정상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정상이라 하면 큰 돌덩이에 검은 한자로 산 이름과 높이가 쓰여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올라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에게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물어보면 10분, 30분, 서로 다른 답변이 돌아온다. 부랴부랴 핸드폰을 꺼내어 ‘아차산 정상’을 검색하니, 아차산은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막아놓아서 그 아래 고봉을 아차산 1보루, 아차산 3보루, 총 5보루까지 나뉘며 처음 등산을 어느 지역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1보루가 정상이 되기도 하고 3보루가 정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쯤 되는 곳을 여러 번 스쳐 지나온 느낌이었다. 1보루를 지나서 3보루를 지나 경기도 구리시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찾게 된 정상의 여부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3보루를 지나고 1보루를 지나서 드디어 눈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산 김밥 두 줄을 끌러놓고 어느새 녹아버린 결명자를 컵에 따라서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강아지 두 마리는 어느새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고, 챙겨 온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등산객 대부분은 예쁘다며 쉬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물 마시는 모습을 보고 힘들었냐며 말을 붙여왔다. 하지만 몇몇 등산객의 코코 견종인 시바 이누*를 이용해서 욕을 하거나, 익살스러운 말을 가감 없이 표현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저게 시바지?”

“시바 개네 시바 개.”     



반려동물이 없는 나는 늘 누군가의 강아지, 고양이를 보며 귀여워하고 바라보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대상이 되어 받게 되는 관심과 난처한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친구에게 방금 저분들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욕인지, 괜찮은 건지를 쉼 없이 물었고 내 물음에 친구는 그저 괜찮다는 말뿐이었다.     


괜찮다는 말이 왠지 기운 없이 느껴졌다면, 내 기분 탓일까, 등산 후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무뎌진 것일까?








               


*시바 이누 : しばいぬ(시바 이누)는 몸집이 작은 일본의 한 토종개이다.           


*고도 : 295.7M

*시설 이용

- 입장료 무료

- 주차장 이용시간 | 8:00~22:00

- 주차장 이용비용 | 5분당 150원

- 대중교통 이용시 |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하차 후 2번출구 -> 산행입구까지 도보 약 20분 소요

*주변 명소 : 어린이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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