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가능하면 사람 손을 덜 탄 물건’일수록 기능도 잘하고 깨끗해서 상품성이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건물이나 공간은 사용자가 쭉 있었던 건물보다 비어있는 건물이 더 보존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사람이 들어서지 않으면 공간은 온기를 잃고 급격히 헐어 가기 때문이죠. 빈 공간은 차갑고 냉소적인 기운들이 모이는 곳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도시의 빈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과거의 따뜻한 모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주변의 다양한 노력들, 함께 만나볼까요?
성북에서 강북으로 넘어가는 차도. 예전에는 ‘미아리 고개’라고 불렸던 이곳은 급격한 도시화로 자연 고개가 애매한 높이의 교량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후 미아리 도심 교량 하부는 상습적인 쓰레기 무단 투기장소였가 되었고 으슥한 우범지대로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주민들이 통행을 꺼려하는, 버려진 공간이었습니다. 때문에 미아리 고가도로를 가운데로 두 마을은 마치 베를린 장벽이 서있는 것처럼 분리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요. 성북문화재단에서는 이 공간을 작품화된 굴다리로 연결하여 커뮤니티 회복에 기여하고 예술과 만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제 미아리 고개는 ‘미인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직 안전의 문제로 시・구와 조율할 내용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시민들의 문화와 소통의 장소로 다시 태어났죠. 매달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장터 ‘고개장’도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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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장 일시 | 2019 7/20, 9/21, 10/19(14:00~18:00) *7월은 야시장으로 운영
행화탕은 1958년 대중목욕탕으로 개업하여 아현동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유서(!) 있는 장소. 그러나 아현동 일대가 고가의 아파트 촌으로 상전벽해를 이루었고 행화탕 인근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50년 남짓 이어온 목욕탕의 역사에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1년부터 폐 공간으로 버려져 있던 행화탕은 2016년 2월, 큐레이터, 문화기획자와 방송작가들이 다수 찾아오면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문화에술콘텐츠랩 축제행성을 이끄는 서상혁, 주왕택 프로듀서는 건물의 지번을 따 ‘61311’이라는 기획단을 만들고 행화탕의 본래 용도인 목욕탕에서 기인한 ‘예술로 목욕합니다’를 모토로 다양한 장르의 무대로 활용 중에 있습니다.
비록 개발이 재개되고 철거가 확정되면 행화탕은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겠지만,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이색적인 예술을 공유했던 시도는 행화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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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화전시 [조기섭 작가:바람의 춤] 진행 중 2019. 7/1~9/30 *방문 시 예약 필수
도시의 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쉼과 ‘실패를 허용하는 시간’을 주고자 목포의 쇠퇴한 원도심에 만들어진 곳. 공장공장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여행사(의 탈을 쓴 실험주의자 양성 스타트업)에서 운영하는 괜찮아마을은 오랫동안 비어있던 공간과 실험정신 넘치는 청년들을 만나게 하여 목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우진장 여관 건물을 개조하여 마을 입주 청년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과거 병원 건물에서 카페, 경양식집으로 여러 번 그 용도가 바뀌어 온 ‘로라’의 2층에는 사무실, 3층에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괜찮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괜찮아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의 다수는 이 프로젝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료 후에도 목포에 남아 자신들의 실험적 시도를 구현하기 위해 옛 미용실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들거나 슈퍼마켓 자리에 팝업 갤러리를 여는 등, 공동화된 원도심의 활성화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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