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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Jun 22. 2022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논란에 대한 소고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


지금은 대배우가 된 조승우 님의 스무 살 무렵 풋풋한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지하철 1호선>을 대학로 작은 극장에서 관람한 것을 시작으로, 나는 오랜 시간 뮤지컬을 좋아해 왔다. 그러나 적극적인 팬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뭄에 콩나물 나듯 틈틈이 몇몇 공연을 봤던, 20대와 30대 초반을 지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부터는 그 콩나물도 키울 수 없었으니까.



사진 출처: Pixabay



사실 육아와 일은 뮤덕(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덕후) 입장에서는 핑계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을 정말 사랑했다면, 보지 않고서는 못 살 정도였다면 어떻게 해서든 보러 갔을 테니. 그래서 나는 뮤지컬을 좋아는 하되 잘은 모르는 평범한 일반인에 속할 것이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말로만 듣던 뮤지컬 <레베카>를 보고 왔다. 열정을 담은 목소리로 손끝까지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극적이면서도 강렬한 멜로디에 제대로 꽂혀, 며칠이 지나도 레베카 넘버를 흥얼거리고 있다. 오래간만에 주입한 공연의 뜨거운 열기와 엔도르핀이 꽤나 강렬했나 보다.





그러다 <엘리자벳>이라는 뮤지컬의 캐스팅 논란과 그에 대한 이슈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마침 직관한 레베카에 등장했던 두 여주인공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기에 더 관심이 갔나 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뮤지컬 엘리자벳이 10주년을 맞아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 주인공 엘리자벳은 옥주현/ 이지혜 배우

옥주현은 엘리자벳으로 여러 번 공연했으나 이지혜는 경험이 없어 초연이 되는 셈

엘리자벳을 수차례 연기했던 김소현 배우가 캐스팅에 없는 것이 팬들의 의아함을 자아냄

이지혜는 옥주현과 친분이 매우 두터운 사이로, 옥주현이 캐스팅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넷상에 표현

이 와중에 김호영이 '옥장판'이라는 은유(?)를 담은 '아사리판은 옛말.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삭제

옥주현은 '손가락과 주둥이 함부로 놀린 자는 벌 받아야 한다, 법적 대응 준비할 것이다'라는 요지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

며칠 뒤, 옥주현이 김호영 및 네티즌을 고소, 이에 대해 김호영 소속사 측에서 불쾌감을 표현했다는 소식

몇 개의 게시물을 보니 고소까지 한 옥주현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보임


위에 적었듯이 나는 뮤덕이 아니고 자세한 정황을 다 알기는 어려우나 대충 이렇다.



사진 출처: EMK 홈페이지



이제부터 본론.

굳이 할 일 없이 이 글을 적는 이유,

이번에도 대중의 생각과 거의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기에 내 공간에 기록을 남겨본다.




사람들의 의혹처럼 실제로 옥주현이 캐스팅에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출연진들을 확정시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는지, 관람객이자 일반인인 우리는 알지 못한다.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가지 전혀 다른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 없으면서, 멀리서 궁예질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주연 배우의 입김이 얼마나 크길래 별다른 검증 없이 다른 배우를 끼워 팔기(?) 식으로 캐스팅할까 싶은데 - 이런 일이 배우나 가수 쪽에는 흔하다는 것 잘 알고 있는데, 뮤지컬은 상당한 노래 실력이 없으면 애초에 캐스팅 자체가 불가능하니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 진실은 알 수 없다. (얼마 전 이지혜 배우의 노래와 연기를 눈앞에서 직관한 입장에서 배우의 실력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본다.)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굳이 상상하거나 추측해서 의견을 보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반대로 굳이 어떤 상황인지 어느 정도 있는 입장이라도 그 상황을 대중에게 낱낱이 오픈할 이유가 없다. 왜냐,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그 사업에 큰 영향(또는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공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개념이니)이라 부를 수 있는 김호영이 지인들끼리 나누고 지나갈 얘기를 '공공연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보라고 하는 개인 SNS에 남겼다는 것이다.



어느 바닥에서나 뒷말은 무성하게 마련이다. 하나의 전문 분야에 쌓인 히스토리는 당사자들조차도 다 모를 정도로 오랜 세월에 걸쳐 켜켜이 쌓이고 확대 재생산된다. 입소문을 타고 구전이 되면서 가끔 외부에까지 널리 알려진다. 그 바닥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SNS에 '같은 일을 하는 남'을 지칭하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유명인이 해서는 안될 경거망동한 일이다.




사진 출처: Pixabay


혹자는 말한다.

Q. 옥주현은 원래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진짜 그랬을 것 같다(캐스팅 영향력 행사)고.

나는 말하고 싶다.

A. 평소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부당한 일을 다 참아야 하나. 큰 공연을 앞두고 누구보다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배우로서의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명예 훼손을 참을 이유는 대체 무엇?



혹자는 말한다.

Q.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끼리 좋게 대화로 풀지 뭘 법적 절차까지 밟느냐.

나는 말하고 싶다.

A.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얼마든지 개인적으로나, 혹은 가까운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주제였다. 원인 제공자인 그는 왜 대화로 풀지 않고,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주장을 제삼 자격인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켰나.



가장 황당한 점은, '옥장판'이 옥주현 배우를 의미하는지 김호영 소속사에서는 즉답을 피했으며 사실 확인 없이 고소를 감행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는 기사 내용이다. 그 사실=개인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밝힐 수 없으면서 고소를 당한 점이 불쾌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인다만, 그 게시물이 옥주현을 의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진실이라면 대반전이만 알 길이 없다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옥주현 또한 다소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이는 '주둥이, 손가락'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평소 약간은 당찬 이미지와 연결되어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또 하나의 이유이지 싶다.



나였다면? 하고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다.


1) 내가 원인 제공자였다면?


다른 배우의 이슈에 대해 그런 식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 불필요한 SNS 업로드 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어서 입과 손이 간지러워도 끝까지 참아야 할 때가 있다.

(참고로 대부분 참으면 좋다.

이런 비꼬기 식의 폭로는 잠깐 기분 좋고 말 뿐이다.)

지나고 보면 안다.



2) 내가 피해자였다면?


이게 또 중요한 포인트인데 나는 주둥이나 손가락 같은 입장 표명 없이, 그대로 조용히 고소 진행했을 것이다.

친절하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미리 알려줄 필요가 없다.

같은 일 하면서 남에게 주는 피해를 헤아리지 못하는 생각 없고 가벼운 인간에게는.

(그 인간이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았으며, 주어 없음)



브런치 작가 리치레몬과 생각이 다르시다면?

무조건 당신의 의견이 맞습니다. :)



https://brunch.co.kr/@richlemon/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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