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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Mar 07. 2021

예의 없는 사람들

생각 없는 사람들과 덜 마주치기


타인의 행동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순간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했는데 시간이 제법 남아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끄고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내 차의 옆 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곧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옆 차의 주차가 끝나고 곧이어 운전석 문이 열렸다. 차문을 어찌나 활짝 열어젖혔는지 '쾅'하는 소리가 나면서 내 차 조수석 문과 부딪혔다.



차 안에 있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고 황당한 것은 당연지사. 나가서 얘기하려고 운전석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이번에는 연이어 뒷 좌석 문을 활짝 열어서 엄청난 속도와 소리로 또 부딪혔다.






바로 나가서 "차 문을 그렇게 여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따져 물었다. 본인이 먼저 내리고, 이어서 뒷 좌석의 아이들을 내려주려고 연이어 차 문을 열어젖혔던 옆 차 주인은 아이들 엄마로 보였다.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황당하네'는 표정의 얼굴로 두세 번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그 인사가 매우 형식적이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대의 반응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우선 내 차가 괜찮은지 살폈는데 안타깝게도(?) 뭐라 꼭 집어 얘기할 만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옆 자리 운전자는 내가 차를 살피는 모습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바쁜 용건이 있는 듯 아이들을 데리고 총총 사라졌다.



주차 공간이 너무 좁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남의 차에 문콕(정도가 아닌 문쾅이라 해야 맞는;)을 한 게 아니라, 평소 운전 습관이 그러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가 남의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임산부일 때도 운전을 자주 했었다. 배가 부를 때는 공간이 좁아 주차를 하고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도 남의 차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 동시에 내 차를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 어쩔 수 없이 차 문이 닿아야 하면 살살, 살짝, 차 문을 닿게 하고 겨우 빠져 내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차나 옆 차에게 어떤 흠집도 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옆 차 안에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다른 누가 보고 있거나 아니거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운전과 주차에 대한 기준이 있었고 그걸 지키는 것뿐이기에.



아이를 키운다고, 좋은 차를 탄다고, 모두 성숙하고 괜찮은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아는데 이렇게 생각 없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근처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경험한 셈이다. 이 일은 나에게 '이 세상에 생각 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이 제법 있다'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예전의 나라면 어땠을까. 주차 예절을 지키시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고의든 아니든 내 차에 두 번이나 부딪혔으니 사과하시라고 길을 막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고 향상심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에 마음속의 짜증과 화가 어이없는 한숨과 경멸 섞인 표정으로 드러났을지언정, 예의 없는 사람과 더 이상의 트러블은 만들지 않았다.



이 얘기를 접한 한 지인이 이런 멘트를 건넸다. "그 사람이 대충 사과하고 자리를 뜨긴 했지만, 다음에 주차할 때 혹시 이 일을 떠올리고 한 번이라도 더 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



제발 그 정도의 조심성이라도 환기시킬 수 있는 작은 효과가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비록 나의 본능은, 그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마음대로 행동할 것이고, 그 생활 습관과 행동 양식을 본뜬 2세들 또한 예의 없는 시민으로 자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선사했지만 말이다.






비단 이 일 때문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너그럽게 포용하고 이해하기에는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고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무례하고 생각 없는 사람들과 최대한 덜 마주치기'

앞으로의 인생 과제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richlemon/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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