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9
달이 작아질수록 손톱은 자랐다. 달이 다시 차오르면 손톱은 무뎌졌다.
세상에 화날 일은 많은데, 무뎌지는 일에 화가 나는 내 자신이 유별날까. 무엇에 열중하던 나는 열정적인 일이 무엇일까 찾고 있다. 보고 싶은 이가 흐려질까 두려워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줄지어 부른다.
무뎌지면 작아진다 배웠거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지우개가 작아져 뭉개질 때 내 생각은 어느 때보다 글씨로 자라났고, 그림으로 그려졌다.
결국 무뎌지는 건 반대로 날이 서는 것 같다. 그 날에 '콕'하고 찔릴 때면 하늘을 한 번 보게 된다. 여전히 달이 떠있었고 "달이 자꾸만 나를 따라왔었는데..." 하면서 어느새 내가 달을 따라 걷고 있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잠을 지우는 일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