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미 집은 60년 전에 지어져 3대에 이어 살고 있다. 제천시 고암동에 있는 이 집은 고인돌과 같이 큰 바위가 있어 고라미라고 불렸던 곳으로 마침 집 뒤에 나지막한 산이 비슷하여 고라미 집이라 부르기로 했다. 본채와 행랑채가 ㄷ자 배치를 하고 마당을 애워싸며 동측은 열려 있어 풍경을 담고 있다. 행랑채는 마을 길에 면해서 이 집 마당을 들어서는 관문의 역할과 집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시간을 쌓아온 고라미 집과 땅의 잠재력은 미래의 공간에도 이어진다. 길에서 보는 집, 입구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장면 그리고 마당이 외부로 열리는 풍경에 주목한다. 옛 방식의 구법과 양식, 재료가 현대적 구법과 재료와의 대비를 잘 다루어 오래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드러내기도 하며, 적당히 덧씌우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깨달음을 주는 토속적인 요소
조선시대의 양식을 따르는 우리가 알만한 양식의 한옥집은 아니다. 삐뚤빼뚤한 소나무를 켜서 얼기설기 쌓아 만들어 놓았다. 그리 치밀한 구석은 이 집 어느 요소에도 없다. 콕 집어 얘기하 고나니 마치 엉망인 집을 만지는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 집을 처음 본 순간을 떠올리면 그러한 요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전체의 모습이 주는 편안함과 마당을 비켜지나 가는 빛과 바람만 느껴졌다. 토속적 요소들은 자연의 선형을 닮아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과 함께 공간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두 채의 처마와 깊이는 위요 감 있는 마당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덧씌우기와 드러내기
건축물을 리모델링할 때 항상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곧바로 무엇을 버릴 것인가로 이어진다. 다르게 말하면 무엇을 덧씌우고 드러낼 것인지 고민하는 작업이다. 고라미 집은 두 채의 집이 형태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새롭게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본채는 채광을 위해 창을 두다 보니 기존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고, 행랑채는 그에 반해 하나의 방과 화장실만 유지하면 되기에 길에서 보이는 매력적인 질감과 흔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어긋나 자리한 두 채를 지붕이 하나로 이어준다. 뒷 산의 능선을 닮은듯한 여러 경사를 가진 지붕은 묵직하게 집을 눌러앉아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