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축 :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건축가
홍대를 중심으로 수십 년간 개발과 지가 상승으로 건축은 사업성을 우선시하며 바이러스처럼 골목 틈새까지 퍼져 나갔다.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는 빠른 변화를 따르는 건축물이 점차 많아지고 지역의 특색은 허물만 남긴 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대지는 당인리 발전소가 공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주요 도로의 안쪽 길에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주변의 지가도 많이 올랐고 곳곳에서 건축 공사가 앞으로 도시의 변화를 예측하며 이루어지고 있었다.
클라이언트는 대게 지인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고, 상가 건축의 임대수익 상승과 공실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일반적인 상가 건축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 또한 이를 염두에 두면서도 조심스럽게 이 지역의 업종에 대해서 주목하며 클라이언트와 함께 임대인을 예측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입지 조건은 우수한 편이지만 한 층에 100m2 남짓의 면적에 전용률은 80%였기에 소규모 카페 또는 디자인 계열 업종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새로운 건축물은 정체성 없는 다세대주택과 상가주택이 즐비하는 현재의 가로 환경과 대비되는 단정한 건축물로 미래에도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남쪽 골목에서 건축선을 이격 하여 4m 도로를 확보되면서 대지가 사방에 열린 곳이 되었다. 그 덕에 건축물의 세 면이 모두 길에서 노출되는 가능성이 생겼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서 건축물이 노출될 수 있어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었다. 배치에서도 도로와 평행선을 조금 기울이면서 정북 일조 사선제한을 벗어나게 되어 건물의 정면은 네모 반듯한 4개 층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근린생활시설은 창호를 통한 외부와의 시야 확보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어떻게 하면 가장 명료한 매스와 적정한 창호의 볼륨을 만들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우리는 묵직한 매스에 집중하면서도 단조로울 수 있는 매스를 층별로 30mm씩 나오도록 하여 분절하였고 그 수평선에 창호가 맞붙게 해 단조로운 매스에 정교함을 더했다.
1층 상가 옆의 계단은 외부에서 바로 진입하기에 2층으로 접근이 좋아진다. 2층은 직통 계단을 전면에 내세워 접근성을 높이고 4층은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절반 가량만 바닥을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독립적인 마당을 가지게 되어 다양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3, 4층은 수직 동선 연결 장치로 엘레베이터를 설치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이게 좋은 선택이었던지 사용승인 이전부터 임대문의가 많았고 바로 임대자가 들어왔다.
건축은 밖에서 보는 이들과 안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건축은 어쩌면 주변의 스쳐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면서 받는 인상을 의식해야 하며, 내부적으로는 거주자에게 기능적인 만족을 주어야 한다. 우리는 분명 복잡한 거리에 상징적인 매스를 디자인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건물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명쾌한 수직 동선을 통해서 내부로 이끌게 되고, 안으로 들어서면 그리 많지 않은 유리창이 한시적으로 외부를 가리키고 벽은 이들의 생활을 담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적정한 공간과 내외부의 교차, 벽과 창의 비율을 정한 후 사용자들에게 자유로운 배치를 하도록 의도하였다.
1층은 도로에서 접근이 가장 우수하기에 어느 건물이던 임대수익이 가장 높다. 위로 올라갈수록 임대 용도도 제한적이며 임대료도 차감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2층으로 접근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주어 실제 입주할 임대인에게도 전용의 출입구를 제공받는 형식을 취했다.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상가 건축에서 실내공간은 특별한 마감을 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공사를 고려해서 하지 않기에 최소한의 조명과 벽면 마감만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설계한 건축물은 여러 차례 임대인들이 바뀌며 손상될 것들을 예상하여 특별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외부 마감이 노출 콘크리트이기에 내부에 단열재를 설치하게 되어서 벽면은 단열재 위에 석고보드 2겹과 수성페인트 도장을 했고 천장은 콘크리트 슬래브를 노출했다. 이것이 기본 마감의 상태이며 높은 천장고를 제공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임대인들이 제각기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냉난방기기는 화장실 옆 한쪽 구석에 PS 공간을 두어 배관을 매립해두고 건물 구석의 1층에서 실외기 설치가 되도록 했다. 그래서 건축물의 외관을 지저분하게 하는 요소를 없애고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설치할 냉난방기기를 연결만 할 수 있게 했다.
애초에 건축주는 임대인들의 대상을 스튜디오형 사무소로 생각하기에 건물 외부에 큰 간판 부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건물 자체의 존재감만으로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판 부착을 위한 최소한의 배선을 외부에 두었고, 보안 감시를 위한 CCTV 배선도 미리 설치해두었기에 CCTV 연결 박스가 외부에 설치되는 일도 없앴다.
외부환경의 오염물은 건축물의 상단에 먼지를 쌓이게 하고 비가 내리면 검은 물줄기들이 흘러내려 뜻하지 않게 세월의 찌든 흔적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건축가들은 건물 상단과 창 위아래 두겁석을 설치할 것이냐 말 것이냐 망설이게 된다. 미학적 완성도 때문인데, 우리도 그러한 고민의 출발로부터 층별로 외벽을 30mm 밖으로 빼는 디자인을 하여서 기능적인 해결 제시가 주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도록 했다. 이 건물은 3년이 지난 아직도 처음 준공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