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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Jun 12. 2023

4화: 김밥집을 할부로 인수하였습니다

난생처음 장사를 해보다

잘 되지 않은 김밥집을 할부로 인수했다.  


개인 김밥집을 운영했던 사장님이 성실하고 어떻게든 김밥하나를 더 팔아보려던 나를 예쁘게 보았던 턱이었다.  김밥집을 인수할 돈은 모두 5천만 원이었다. 하지만 초기 자본금을 빼고 나머지를 할부로 10개월에 걸쳐 나눠 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어찌 보면 당장 빨리 그 가게를 접고 싶은 사장과 그 가게를 어떻게라도 살려보려는 나의 간절함이 맞아떨어진 결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도 아무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다. 당시 나는 파트타임으로 몇 개월을 김밥집에서 일을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내 가게가 있으면 더 빨리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장사하는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지금 네 처지에 한 번도 안 해본 장사를 한다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냐?

장사가 네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장사 중에 가장 힘든 게 김밥이다. 손이 얼마나 가는 줄 알아?


하지만, 엄마는 나를 믿어줬다.


" 너만 잘 살면 돼. 엄마 소원이야. 너만 잘 살면 엄마가 편하게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는 그렇게 그동안 해장국집에서 밤낮으로 모은 돈, 500만 원을 내게 주었다.


꼭 일어서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이모들과 친척들에게서 빌린 돈으로 필요한 돈을 추가로  마련해 주었다. 거래처 사장님들에게 재료비는 모두 한 달 후에 꼭 드리겠다고 하고 미리 재료를 받았다.



이름은 기적! 미라클!

그래 기적이 일어나보자

나의 간절함이 묻어나길 바란다



엄마가 해장국집을 그만두고 함께 김밥집을 했는데 매출이 하루 5만 원도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월세는 언제 내고, 빚은 언제 갚을지.... 엄마까지 왔는데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결국 가게시간을 조금 더 일찍 열기로 했다.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김밥집을 운영했다. 남들 다 여는 시간에 열면 장사 못한다. 재료준비를 하려면 적어도 5시엔 가게에 나와야 한다.



가게 있는 동안 중간중간 김밥레시피를 만들었다. 일반 김밥과 달리 꼬마김밥은 재료시간이 그나마 적다. 그 시간에 나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갔다. 그동안 주점, 식당, 어렸을 때부터 밥을 차리던 경험이 다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쑥 올라오지 않았다. 초보 김밥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시간이 걸렸다.


'그래,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거야. 정해진 시간에 열고 365일 같은 맛을 제공하자. 지금 당장 마진이 남지 않더라도 내 아이들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김밥을 제공하자'


 야간에 다시 주점 안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5개월을 버텼다. 난 항상 잠이 부족했다.


장사가 안되니 그동안 주위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의 연속이었다. 귀를 닫았다. 손님이 있던 없던 쓸고 닦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크게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처음엔 나를 아느냐는 듯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밝게 인사했다.


가게거리를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무료로 김밥을 드렸다. 주위에선 그렇게 퍼다 주니 네가 남을 리가 있냐? 라며 핀잔을 주었다.  손님들이 기본김밥, 고추김밥, 치즈김밥을 고민하고 있으면 즉시 말아서 '한번 드보세요'라고 드렸다.  파는 것보다 맛보기에 준 김밥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난,  이게 다 쌓인다고 생각했다.


지금 씨앗이 자라고 있는 거야.  

나  잘하고 있다.


그렇게 하루에 5만 원도 나오지 않은 매출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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