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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Nov 26. 2023

11화: 김밥가게를 오픈하고 가장 후회한 두 가지

+몸으로 겪은 나만의 교훈들

우리 김밥맛을 보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배달을 시작하면서도 정성스레 리뷰도 달아주시고 나도 한자 한자 정성을 들여 답글을 해 드렸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통하나 보다.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배달 및 포장에 대한 리뷰가 하나씩 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3억 빚을 진 나는 다시 일어섰다.





처음에 이곳에 오픈을 했을 때 좋은 소리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격려하는 말보다 우려하는 말이 훨씬 많았다.


"장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장사 중에 김밥장사 진짜 힘들다"

" 그 자리에 장사한다고?"


솔직히 1번, 2번은 어떻게든 내 의지와 몸을 갈아엎는 느낌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미 힘든 것을 충분히 많이 겪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리가 안 좋았던 것은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다.


일단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눈에 보여야 한다. 눈에 보이고 사람들이 김밥집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이미 이 동네에 들어왔을 때 큰 김밥부터 작은 김밥, 분식까지 10개가 넘었다.

 나는 엄연한 후발주자였다.


"여기 언제부터 가게가 있었어요? 알았으면 진즉 왔을 텐데"

아직도 이 동네에 10년을 산 사람에게 아직도 이 소리를 듣는다. ㅎㅎ 어쩌겠는가?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꽤 많이 있어 웃어넘기지만 이러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덕분에 초기 오픈 2년 동안,  몇 달은 월세를 제때 못 내거나 본의 아니게 미뤄지는 일이 많았다.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내 인건비도 안 나오는 명백한 적자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오픈했는데....  계약을 한 2년 동안은 죽이 되든 밥이 되는 어떻게 해야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국, 어떻게든 성업시켜야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중에 자리 잡는 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몸으로 겪은 뼈저린 교훈 2가지!


1. 좋지 않은 자리를  꽂혀서 지른 것

2.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가장 아쉬운 두 가지다.


1. 좋지 않은 자리에  억지로 예산에 맞춰 오픈을 한 것

솔직히 동네는 내가 오픈을 하고 싶은 동네였다. 심지어 당시 살고 있는 집과 30분이 넘는 거리에 있었지만 동네의 기운이 참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좋은 장소는  큰 프랜차이즈들이 자리를 이미 선점했다.  

둘째, 내 마음에 드는 자리는 모두 내 예산을 초과하거나 너무 비쌌다. 특히 좋은 자리에 권리금을 지불할만한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그냥 혹시 안되더라도 내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길 바랐다. 당시 나는 부동산에 문외한이었다. 그냥  내가 믿을 것은 나의 패기와 내가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주변에서 괜찮아 보이는 그 자리를 놓치면 안 된다는 나의 조바심에 결국, 질렀다. 주위에 김밥 분식등 경쟁업체가 10개도 넘는 것은 그때 분명 알았을 텐데,, 그때는 이상하게 보이지도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2년 동안 직사게 고생했다. 월세가 매달 80만 원씩 나가는데 공과금, 수도세, 2년 동안 내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오고 월세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압박감을 꼬박 2년 동안 받고 나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싼 자리는 이유가 있다.



좋은 자리는 3년 걸릴 것 1년이면 된다.

좋은 자리는 권리금을 당당하게 요구 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자리는 내가 들인 비용도 눈치 보며 받아야 한다.


2.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고 내 식대로 저지른 것


나는 조금 고집불통이다. 뭔가 꽂히면 다른 게 잘 안 들어온다. 이 가게를 오픈할 때도 정확히 꽂혔다. 그리고 내가 이 거리를 바꿔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졌다. 결국 몇 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정말 그대로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너무나 많이 돌아가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전문가나 그 분야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의 조언을 좀 새겨들었으면 덜 돌아갔을 텐데,,,,


또한 급한 성격에 실행이 생각보다 앞서다 보니 하지 않아도 될 수많을 일을 초기 비용으로 지불하였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나: 음식은 맛이 최고다. 맛이 최고면 어디든지 찾아온다.


전문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압도적인 게 아니면 맛은 기본에 충실한  80 프로면 충분하다. 그보다 동선, 거리가 더 중요하다. 김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많은 양을 시키거나 그쪽에 갈 일이 있어 김밥이란 것을 먹을게 아니면 굳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맛은 좀 떨어져도 오히려 가깝거나 배달료가 싼? 곳이 더 인기가 있다.

김밥이란 메뉴는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장사를 좀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니 살짝 내가 옳다는 오만과 교만에 빠진 것이다.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장사 노하우가 생겼다. 더불어 하면 할수록 장사란게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나혼자 잘해서 절대 되는게 아니라는 것도.


그러면서 나 역시 점점다른 전문가가 하는 생각과 프로세스를 점점 따르게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야에서 나온 지식은 그런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이미 이 과정을 겪었을 텐데...


역시 사람은 항상 배워야 한다. 대부분이 그렇게 하는 것은 나는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못해서가 아니라 모든 과정을 겪고 나온 최선의 결과일 가능성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몸으로 겪어 새겨지니 다음 창업할 사람, 가게를 오픈하는 사람들에게 덜 돌아가는 법을 알려줄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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