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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Nov 27. 2023

12화:커피장사 vs 김밥장사

+사람들은  표면적인 이유와 내면적인 이유가 다르다 <양가감정>

장사이력이 꽤 쌓였다. 이제 이 세계에 뛰어든 지 벌써 6년이다.  나의 김밥을 맛보고 점점 ' 가맹점 하시나요?'라며  묻는 손님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여유가 없었다. 이제 막 어마어마한 빚의 끝자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었을지도 모른다. 3억이란 빚의 압박 속에서도 장사시작할 때도 쥐어짜고 부탁하여 또 빚을 내어 할부로 시작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퇴로가 없었다. 이게 아니면 진짜 안되었으니깐. 아이들이 있어 마음대로 사라질 수도 없었다.




장사를 시작하며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수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빚을 갚느라 새벽부터 나와 장사 준비를 하는 고생스러운 날들

코로나가 터져 새로 자리 잡은 자리에서 2년 동안 장사가 되지 않아 월세를 못 낼까 마음고생했던 그 기간

진상손님들에게 당한 후 몰래 창고 가서 울고 다시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한 수많은 순간

우리 음식을 배달기사가 손님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도착했다고 문자를 남겼는데 10초 차이로 도착하지도 않고 도착했다고 문자 날렸다고 반품시켜 내가 대신 머리를 조아렸던 날들

동네 장사하면서 '어린것이 돈 좀 번다고'하며 몇몇 상인들에게 처음에 시기질투를 당해 마음고생한 그날들,,,,


장사 6년 동안 뭐, 다들 장사인이라면 겪었을 무수히 많은 울고울었던 그 순간

그래도 자존심 강한 나인데 참 잘 버텼다. 태어나 안 해본 부탁, 머리조아림, 잘못하지 않아도 손님이 잘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그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는 점점 성장하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자존심 따위 생각하면서 어떤 게 장사하겠는가! 

그런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막 초보장사꾼의 딱지를 뗀 나에겐 언감생심이리라!


하면 할수록  장사란 것 참 어렵다


"참! 고생 많았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셀프칭찬을 하곤 했다. 오히려 장사가 안되고 손님이 없을 때 청소라도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그래 충분히 잘하고 있어"

"힘내자! 지금 이런 것은 과정일 뿐이야!"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것, 평소 나를 부스팅 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한편엔 혹여나 축 처져서 더 나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려고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든 시간 이후, 점점 나는 안정되었고 절대 김밥장사 하지 말라던 친구, 지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3억이란 빚에 눌려 절대 못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점점 일어서는 게 보였기 때문이리라

 

"장사할만해?"

"나도 한번 해볼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뭐, 옆에서 지켜봤으니 불확실성이 점점 가능성으로 바뀌었겠지.


  " 이거 된다. 해 봐. 내가 도와줄 테니"

그냥 전업주부로 삶의 의지가 없던 사람, 뭘 하고 싶은데 뭘 시작해야겠는지 모르는 사람, 한번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고 싶은 지인들에게도 적극 권했다. 

" 딱 3년만 죽었다 하고 해 봐. 다 돼!"


하지만 다들 돌아오는 것은 막상 고민을 하다가도 같은 반등이었다.


" 카페도 아니고 김밥은 좀 그러지 않아? 내 위치가 있는데"

" 김밥 장사는 다 하지 말라더라 힘들다고"

"김밥은 재료준비도 많고 손이 많이 가서...."

아래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10화: 김밥집 힘들다고 하지 말라던데, 난 추천하는 이유 (brunch.co.kr)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내가 점점 빚을 갚고 일어서는 모습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자기는 그렇게까지 애쓰고 싶지는 않다는 것.

굳이 다른 업종도 많은데 김밥은 면이 안 선다. 다른 돈이 되고 있어 보이는 명함의 것을 하고 싶다

돈은 벌고 싶은데 내 자유를 장사하면서까지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여러 가지 이유일 것이다.

내 입장에선, 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이유들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굶어 죽고 진짜 재기하고 싶은데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깐.




내 가게에 들른 친구가 ' 퇴사하고 카페나 할까? ' 말한 적이 있다.  최근 폐업예정이었던 동네 커피집 사장님이 마침 가게에 들르다 그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누구나 우아하게 보이는 카페사장을 꿈꾸는데 그 뒤로 썩어 들어가는 마음은 보지 못한다고.. 카페라고 쉬울까? 한집건너 카페인 카페, 커피숍 천국 대한민국이다. 거기에 한정적인 금액을 가진 개인이 살아남기는 더더욱 어렵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카페요? 그거 예쁜 쓰레기예요. 보기보다 그렇게 쉽지 않아요"

"김밥사장님이 승자입니다"


물론 카페 사장님이 내 면을 세워주려고 하신말일테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뿌듯했다.

나도 처음에 카페나 할까? 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뽀대 안나보이는 이 꼬마김밥을 하고 있는 내가 좀 더 실속있게 보였다고나 할까.


그래도 나도 좀 여유가 되면, 예쁘고 편안한 나만의 카페를 하나 하고 싶은 욕망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일종의 로망이랄까 


빚을 다 갚고 나니, 점점 상황에 의해 잠재웠던 내 숨은 욕망,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진 곳에 그나마 좀 장사되는 동네 꼬마김밥가게를 누가 눈여겨보겠는가. 현실에 부딪혀 점점 그냥 동네장사나 해야겠다고 점점 안주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그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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