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옷이 없는 거지?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아니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고?
밤에는 진짜 겨울 같잖아.‘ 나 겨울 옷이 있던가?’
옷장을 펼치며 마법의 문장을 내뱉는다.
‘뭐야 왜 옷이 없는 거지?’ 남녀노소 마법의 문장이다.
분명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이지만 내 눈에 옷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건대 사람들이 말하는 옷이 없다는 이야기에는 2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정말로 옷이 없다.
큰일이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라지만 한국은 아직 사계절이 있는데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를 견디기란 몇 벌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결코 패션과 같은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옷은 우리를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그러니 상황에 맞는 옷을 구하는 것은 사실 생존의 문제다.
두 번째, 지금 입고 싶은 옷이 없다.
쉽게 말해 원하는 스타일을 표현하려고 하는데 아이템이 부족하면 옷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어릴 때 12색 색연필을 사용하다가 시간이 지나 많은 관찰과 경험을 하다 보면
12색으로 세상을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략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지 느끼게 된다.
나는 고등학생 때 50색 색연필을 사용했다.
더 부족하다고 생각한 친구는 120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50색으로 충분했다. 내가 50색으로 120색 못지않게 표현해서 충분했다기보다는 50색조차 소화하기조차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색을 다루는 일은 서투르다. 이론도 부족하거니와 관찰도 부족하다.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던 찰나 옷장에서 올해 1월에 구매했던 코트 2개를 찾았다.
더플코트와 피코트다.
더플코트라고 하면 해군에서 주로 사용했던 코트로 장갑을 끼고 쉽게 여닫을 수 있는 토글단추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후드가 있는 코트라고 한다.
우리는 일명 떡볶이 코트라고 부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더플코트는 요즘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후드도 없고, 토글의 색깔 또한 검은색이라
멀리서 보면 그냥 검은 코트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코트는 피코트인데
이것도 과거 영국해군의 동계제복으로 활용한 코트의 형태라고 한다.
군복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겹치지 않는 옷을 찾다 보니 선택하게 된 결정이다.
그때는 힙스터였다. 나의 취향은 일반적이지 않고 다른 독특한 취향을 향유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마음가짐은 조금 달라졌다. 소위 일반적이라고 하는 부분을 표현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일반적인 지점이라는 건 어디 있는 걸까
여기서 끝내면 뭔가 부자연스럽지만 이제 곧 영어학원을 가야 하는 시간이 이만 추린다.
다음 시간에 또 써보는 걸로
퇴근한 누나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