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의 <BNA>(2020) - 지금이 곧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애니메이션 TV
제작: 트리거
감독: 요시나리 요우
제목: BNA: Brand New Animal
장르: 액션, 판타지
방영일자: 2020 2분기
편당 러닝타임: 24분
화수: 12화
트리거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트리거에서 2020년도에 만든 애니메이션 <BNA>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BNA>의 평가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부실함과 급전개가 비판점으로 꼽혔는데, 괜히 나온 게 아닌 평가다 싶을 정도로 실제로 너무 갑작스럽게 끝이 나버렸다. <BNA>는 수인 vs 인간이라는 대립구도를 내세워 차별과 혐오에 대해 그려놓은 애니였는데... 분명 그런 애니였던 것 같은데... 결과는 '이게 끝?'이라고 할 정도로 아무것도 시원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제의식을 충분히 공감할 만큼 전달하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사실은 <BNA>의 리뷰를 작성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얼렁뚱땅한 결과에 다다르기까지 즐거운 과정이 나에게 남아있었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가장 재밌게 보았던 <BNA>의 5화 '가난뱅이 곰 군단'을 다시 한번 보았다. 그리고 이거다 싶었다. 이번 <BNA> 리뷰 글은 특별히 5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려 한다.
현실과 이상 중 무엇에 맞춰야 할까?
이 글에서 '이상'은 꿈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현실과 이상 중 어떤 걸 따라야 할지 고민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BNA>의 5화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들만의 답변을 내놓았다. 아니,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다.
간단하게 시작해 보자. 미치루는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아니마 시티에서도 농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농구는커녕 의도치 않게 야구선수로 뽑혀 갑작스레 야구를 하게 된다. 현실이 미치루를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미치루를 야구선수로 뽑은 팀 베어스도 마찬가지였다. 우승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현실에 치여 의욕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자신들은 빈민가 출신에 실력도 부족하며 감독은 야구 도박의 뒷거래로 승부조작까지 하고 있었다. 현실이 거친 파도와 같아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BNA> 5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꿈을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치루는 주인공 버프를 받아 자신의 능력을 한껏 뽐내며 팀 베어스를 승리로 이끌어 준다. 갑작스레 희망을 맛본 팀 베어스는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으나...
빈민가 출신 팀 베어스
미치루의 주인공 버프로 어찌어찌 결승전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빈민가 출신이었던 팀 베어스는 거액 앞에서 승부조작을 하게 된다. 깨끗한 물도 없어 멀리 있는 공원에서 물을 퍼와 마시고 있는 팀 베어스의 삶을 보면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심하게 현실에 눈이 멀어 우승의 꿈을 포기한 팀 베어스에게 미치루는 한 마디 날리지만, 그런 미치루에게 재키가 울부짖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차피 우린 바보야.
우린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고 앞으로도 가난하겠지.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돈을 원하는 게 뭐가 나쁜데?
애니메이션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미치루도 농구(꿈)를 제쳐둔 채 야구(현실)를 하고 있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현실에 굴복하여 무너지는 줄 알았던 팀 베어스는...
미치루는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말고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라고 한다. 주인공 버프로 강인한 정신을 가진 미치루 덕분에 재키와 더불어 팀 베어스는 다시 각성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하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BNA>의 5화는 너무 이상적인 메세지인 "현실이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마"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느꼈던 <BNA>의 5화 "가난뱅이 곰 군단"은 위와 같은 메세지가 아니었다. 내가 느꼈던 메세지는 "지금 네가 있는 현실이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였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팀 베어스의 꿈은 우승이다. 사실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벽에 의해 승부조작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모두 꿈을 향해 각성을 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만약,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팀 베어스의 진정한 각성이 있었을까?
더 나아가, 팀 베어스가 실력이 조금이라도 더 좋았다면 혹은 빈민가 출신이 아니었다면 미치루가 팀 베어스를 도왔을까?
사실 답을 내릴 수 없다. 저러한 평행세계를 겪어보지 않는 이상 정답을 알 리가 없다. 다만, 우리는 팀 베어스의 진정한 각성이 이루어지는 단 하나의 평행세계를 알고 있다. 실력도 형편없고 빈민가 출신인 팀 베어스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평행세계 말이다.
팀 베어스만 그럴까? 사실 미치루도 동일하다. 수인의 도시인 아니마 시티는 자신이 적응할 수 있는 꿈의 도시라고 동경해 왔다. 그러나, 막상 아니마 시티에서는 수인의 형태보다 인간의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에 이질감을 느낀다. 게다가, 본래 집을 그리워하지만 미치루는 이도저도 못하며 혼자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자신이 즐겨하던 농구는 하지도 못한 채 야구나 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야구를 한 것(현실)이 아니마 시티에 좀 더 적응할 수 있도록(꿈) 도와주었다. 꿈으로부터 멀어지게끔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사실은 꿈에 더욱 다가가게 해 준 것이다.
꿈보다 해몽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승부조작과 같은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거냐고 물어볼 수 있다.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마디를 전달하고 싶어서 <BNA> 5화의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지금이 곧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게임 스트리머 옥냥이의 방송을 자주 본다. 그 방송에서 좋아하는 말이 있다.
뭐 어때? 한잔해~
불합리하거나 예측 못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하는 말이다. 요즘에는 아무 때나 남발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 말이 갖고 있는 숨은 뜻은 <BNA>의 5화가 나에게 준 메세지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어떻든 간에 웃으면서 넘기며 '뭐 어때?' 할 수 있는 것은, 곧 내면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결코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올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더 재밌는 것은 아무리 화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마음속으로 '뭐 어때? 한잔해~'라고 외치면 화가 좀 누그러지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가짜 웃음만으로도 엔도르핀을 분비할 수 있는 것과 같아 보인다.
분명 <BNA>의 마무리는 아쉬웠다. 근데 그럼 뭐 어때? 한잔해~ 재밌으면 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