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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Feb 07. 2019

<가버나움> 리뷰: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합니다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2017) - 무책임함의 결과


미디어: 영화

제작: Mooz Films

감독: 나딘 라바키 (Nadine Labaki)

제목: 가버나움 (Capernaum)

장르: 드라마

개봉일자: 2018

러닝타임: 2시간 6분



가끔씩 영화 포스터를 보다 보면 영화가 무척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포스터가 영화의 주제를 잘 담아내어 덕분에 좋은 선택을 할 때도 있지만 겉치레에 속아 넘어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다. 최근에 파격적인 문구로 내 눈을 사로잡은 포스터가 있었다. 자신을 낳은 부모님을 고소하겠다는 문구가 적힌 <가버나움>이었다. 문구부터 심상치 않았던 <가버나움>을 너무나 보고 싶어 졌지만 집 앞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아서 신촌으로 향했다.


문구 하나로 사로잡았던 포스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과 충격이 나를 옭아매었고 영화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생각 없이 걸어가던 나의 뒤통수를 쳤다. 영화 속에서 외쳤던 그들의 외침은 결코 작품 속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들을 울려버렸다.


인생이 개똥이에요.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가버나움>은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아동학대가 사회에 만연해있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른들의 돈과 쾌락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가버나움>의 주인공인 자인은 고통의 나날을 지내면서도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사하르와 요나스를 도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자인은 한계에 부딪히며 크나큰 좌절을 맛보게 되고 인생은 바닥을 향하게 된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어른들로 인해 더럽혀지고 있는 것이다.


자인의 행동에는 감독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자인은 어린 요나스를 보며 자신의 삶이 생각나는지 누구보다 아껴주고 사랑해준다. 자인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 사하르의 소식을 듣고 그 누구도 못했던 행동을 하게 된다. 자인의 행동은 잘 생각해보면 사실 어른들이 했어야 할 행동들이다. 감독은 누구보다도 가난했던 자인의 행동을 보여주며 가난을 핑계 삼아 아이들을 사랑해주지 않았던 어른들을 세게 꼬집은 것이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요나스와 자인
나도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사랑받고 싶었어요.


자인이 세상에 울부짖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실제로 현실 세계의 어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놓는 것 같다. <가버나움>의 독특한 점은 실제로 레바논의 난민들을 캐스팅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연기를 실제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감독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게끔 유도했다. 그래서 자인의 아우성은 우리에게 더욱더 진실되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 


또한, <가버나움>이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놨던 이유는 단순한 감동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난에 대해, 가난 속에서 사는 아이들에 대해, 가난 속에서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해, 가난 해질 수밖에 없던 난민에 대해, 그리고 가난을 만든 사회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 메시지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이 모든 메시지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자인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영화를 보고 자인 같은 아이들과 난민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또, 순간의 감동이었을 뿐 자신과는 먼 일이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 그리고 자인이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우리들에게 영화의 어른들처럼 우리들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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