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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bunch of Favorite Mar 03. 2019

열두 번째 취향 : 세이수미

시원한 바다를 닮은 서프 록, 세이수미 Say Sue Me

밴드 Say Sue Me (출처 : star.ohmynews.com)


자꾸만 요즘 유행하는 노래보다 듣기 좋은, 듣기 편안한 음악을 찾아 듣는다. 전자만으로도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취향이다. 그래도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음악가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부산에서 태어난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의 보컬 최수미 님은 "세련되지 않고 자꾸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라고 하고 싶어요. 우선은 저희 스스로 듣기에 좋은 음악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세이 수미의 노래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는 열심히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노래를 찾아 헤매던 도중 세이수미를 올해 한국 대중음악상 모던록 부문에서 발견했다. 이렇게 작은 브런치에서 소개하기엔 스케일이 조금 큰 밴드인 것 같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곳이니까 즐겁게 소개해드리려 한다.


앞서 세이수미에 대해 서프 록밴드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스타일이 섞여있는 만큼 서프 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미국 인디 록밴드의 다양한 스타일이 섞여있는 느낌이다. 듣기 좋은 음악에 뚜렷한 장르 규정이 굳이 필요할까. 최수미 님이 언급한 대로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인 만큼, 편안하게 즐기기면 그만이다.



세이수미의 〈Let It Begin〉


항상 소개글을 올릴 때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이 "어떤 노래로 소개해야 할까"다. 세이수미의 경우엔 차분한 바닷바람과 폭죽 냄새가 나는 바다 냄새가 섞여있어서 더 많이 고민하였다. 결국 2집 《Where We Were Together》의 첫 번째 트랙인 〈Let It Begin〉을 가져왔다. 라이브 영상이 아니라 아쉬울 따름이다.


〈Let It Begin〉은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만큼, 앨범 전반적인 내용의 스타트를 알린다. 기분 좋은 기타 선율을 듣고 있다 보면 옛날의 새벽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댓글에서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듣고 싶은 음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No matter what you see, It is not time yet


사실 이 노래를 가져온 이유 중 하나가, 이 가사가 자꾸만 귀에 꽂혀서였다. "당신이 무엇을 보든, 아직 그때가 아니에요."라는 가사가 자꾸만 귓속을 맴돌았다. 아마 노래의 제목과 마지막 구절 때문일지 모른다.


No matter what you feel, It is not time to be done yet
Let it begin
Let it all begin 


"당신이 무엇을 느꼈든, 아직 끝날 때가 아니에요. 시작해요. 지금 모든 것을 시작해요."


세이수미는 지난 2017년, 드러머 강세민님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슬픈 일을 겪었다. 사고 직후 강세민님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도 열렸고, 그를 위한 노래도 발매되었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Where We Were Together》를 발매하였다. 세이수미는 이 앨범에 대해 "이번 앨범 작업의 시작은 2, 3년 전이지만 드러머 세민의 사고로 중단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전히 힘들지만 해나가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앨범의 반 이상은 그와 함께, 나머지는 그에 대한, 그리고 그를 생각하며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한다. "'우리가 함께 있더 곳'을 되뇌는 것만으로 그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에 강한 기운과 주문이 들어가 정말로 이루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는 바람이 들어가 있는 앨범인 셈이다.




세이수미의 앨범은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지만, 무작정 슬픔에 매몰되지만은 않는다. 소망을 가지게 하고, 과거의 즐거운 일이 지금의 현재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아직 끝날 때가 아니에요."라는 가사는 수이세미도, 듣는 사람도 위로하는 말 같았다.


〈Let It Begin〉뿐만 아니라 〈Coming to the End〉도 좋고, 악기로만 구성된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에 대하여〉도 추천한다. 조금 더 발랄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너와 나의 것〉이나 〈어떤 꿈〉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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