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지난번 대항해시대 게시글을 올리고 한동안 또 멈췄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는 게 힘들고 게임은 점차 지루해져서.
한 줄기 희망이었던 대항해시대의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짧은 항해를 반복하던 때는 지나고 점점 먼 곳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점차 다른 도시로 떠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PC 게임이라면 괜찮았겠지만 출퇴근길에 게임을 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점점 졸기 시작했고 낚시는 지겨웠다. 자꾸만 낚는 식량을 어디다가 써야 할지 몰랐다. 전투는 재밌을 줄 알았지만 자동으로 돌아가 내가 할 일은 없었고, 때를 맞춰 랜드마크를 찾아가는 재미는 횟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초반에는 국가 단위로 나뉜 채팅을 훔쳐보면서 치밀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레벨이 낮은 나는 함께 참여하긴 어려웠지만 미약한 보탬이나마 될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한순간뿐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화면을 멍하니 보는 데 써야만 했다.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만 된다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다음 단점이 바로 뒤따라온다. 얼마나 플레이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것으로 유저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이탈하는 것도 쉽다. 유저는 뒤로 가고, 삭제 버튼을 누른 이후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버린다.
〈리니지〉나 〈오딘〉을 보라. 오랫동안 사람들을 끌어가는 이유는 결국 PC에서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두 게임 모두 PC 클라이언트 사용이 활발하다. 모바일과 PC, 양 쪽을 열어둠으로써, 외부에서는 모바일로, 실내에서는 PC로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반쯤은 PC 게임인 셈이다. 하루에 신경 써야 하는 플레이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스펙업, 스펙업, 스펙업이 반복된다. 그 사이클을 얼마나 잘 만들었냐에 따라 잘 만든 게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대항해시대는 썩 좋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을 쏟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잠깐의 힐링을 통해서 행복해진다는 내 꿈은 산산조각 났고, 탕탕특공대로 떠나게 만들었다. 대항해는 조금 더 시간이 여유로울 때 다시 시도해야겠다.
나는 또다시 나에게 딱 맞고 재밌는 게임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