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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Jan 03. 2024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는 아주 짧은 드라마 (2)

연극「언덕의 바리」


용과(본명 김정아)가 연극 「언덕의 바리」를 소개하는 작은 팸플릿을 내밀었다. 사진 한 장이 발견되기까지 ‘얼굴 없는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안경신의 생애를 다룬 연극이다. 공연장소가 대학로 예술 극장 (ARKO) 대극장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객석이 600개나 되는 대극장이기 때문이다. 100석 안팎의 대학로 소극장도 많은데 600석의 대공연장에서 상연된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그와 함께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용과가 주연은 아니지만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을 연기한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ARKO 대극장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바리. 우리나라 무속인들의 신으로 추앙받는 바리는 이 연극에서 어떤 의미로 표현될지도 궁금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1~2번은 대학로 연극을 봤다. 순수 창작극도 보고, 라이선스 연극도 보고 내게 낯선 배우들만 출연하는 공연도 보고, 대중적 이미지를 지닌 이가 주연으로  참여하는 연극도 봤다. 물론 뮤지컬도 봤다. 연극에 대한 지식 얕아도 다양한 형식의 연극은 접해 본 셈이다.

2015.11. 12.부터 현재까지 오픈런으로 공연중이다.


그런 알량한 경험을 바탕으로 용과에게 코로나 시국에서는 관람자가 5명뿐인 연극도 봤는데 그렇게 공연을 해도 수익이 나느냐고 물었다. 대학로에 들어서면 공연 입장권을 파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게 판매수수료를 떼어주고도 남는 돈이 있느냐고 물었다.  잘못된 질문이었다. 그녀는 씁쓰름하게 “극장 건물주만 돈 벌죠.”라고 대답했다.  ‘100석 규모 소극장의 전 좌석을 매진해야 겨우 본전 ’이라고 하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다.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위라는 시중의 우스갯소리가 곳에서는 무서운 현실로 자리한 것이다.



연기 선배(?)의 조언


용과에게서 연극 팸플릿을 받은 며칠 후, 친구들과 송년 모임을 가졌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용과가 단톡방에  「언덕의 바리」와 관련된 URL을 띄웠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가 연극으로 넘어갔다. 같이 관람하자고 반색하는 친구도 있었다. 금융계에서 젊음을  보내고 인천 자유경제구역청에서도 근무한 친구다.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에서 정년퇴직한 금융전문가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지자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그가 뜻밖에도 동네에서 동호인들과 연극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 실황이 동네 TV에 방영되기도 했다며 관련 동영상도 보여줬다.

그는 이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보라며 『배우수업』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러시아의 위대한 연극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쓴  배우들의 필독서란다. 무대에 오를 욕심은 없다고 하자 일단 읽어보라고 재차 권했다. 요즘 무보수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인 역을 맡아줄 배우를 찾는 영세 극단들이 있다며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랬을까? 갑자기  『배우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첫 공연을 단체관람하기로 했다


1월 6일 토요일에 첫 공연의 막이 오른다. 용과에게 수업을 듣는 동료들과 첫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 사부의 연기를 직관하게 된 것이다. '바리'가 어떤 의미로 해석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용과의 연기도 궁금하고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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