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도난 Feb 04. 2024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는 아주 짧은 드라마 (6)

시놉시스를 만들다


좌우명 혹은 생활신조


용과는 모든 수강생에게 자기의 생활신조 혹은 좌우명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그 시간이 지나자 용과는 그것을 상징할 만한 이미지나 사진 세 컷을 제시하라고 했다. 생활신조에 맞는 사진이나 이미지라….간단한 과제처럼 보였는데 생각외로 적절한 그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묘한 재미가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이 세 장의 사진 혹은 이미지를 제출했다. 아래 그림은 내가 제시한 이미지다.

각자가 제시한 그림을 보고 남은 사람들은 질문을 하며 그의 좌우명을 추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든 이도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 이를 맞혀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 짧은 시간이 호기심 때문인지 무척 즐거웠다. 마치 스무고개 하듯 묻고 대답하며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시간이기도 했다. 


교육 마지막 날, 그동안 배운 것들을 종합하여 연기를 할 예정이다. 그 공연을 위해 자기의 좌우명을 제시하고, 그것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짧은 연극을 여러 편 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니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스무고개는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출연자들이 호흡을 맞추며 일체감을 높이게 하려는 장치이기도 했다.


시놉시스를 만들다


스무고개가 끝나자 본인의 좌우명을 밝히며 각각의 이미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이의 발표가 끝났다. 용과는 이를 토대로 간단하게 줄거리를 만들라고 했다. 연기가 가능하도록….


나는 젊은 시절 밤낮없이 일하던 때, 물불 가리지 않고 경쟁을 마다하지 않던 모습을 떠올리며 이미지를 택했고 줄거리를 말했다. 시놉시스가 비록 과장되기는 했어도 발표를 하며 지난날을 뒤돌아보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때의 마음자세를 지금의 젊은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뒤지지 않는다 (시놉시스)


출발선에는 쟁쟁한 경쟁자들로 가득했다. 특히 서너 명은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래도 알려진 위험은 더는 위험이 되지 못하기에, 미리 손을 써두었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마신 물에는 설사약이 들어 있어서 출발과 함께 복통을 느끼고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니까.


문제는 능력을 알 수 없는 참가자들이다. 경주가 시작되었다. 능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바로 눈에 띄었다. 그들은 마치 총이나 칼을 들고 나를 위협하는 것처럼 공격적이었다. 나를 앞지르려는 사람에게는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등 뒤에 바짝 따라붙는 사람에게는 팔을 휘젓는 척하며 명치를 가격하여 쓰러지게 했다. 그들은 넘어진 상태에서 나에게 독기를 품은 눈으로 쏘아봤지만 모른 체하고 선두로 달려 나갔다.


나를 위협할 만한 사람은 사라진 듯했다. 바로 그 순간 낯익은 인물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재능이 뛰어난 후배였다. 그가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다렸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나하고 직장생활 편하게,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더니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골인 지점에 도달했다. 나를 위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를 앞질러 간 사람도 없다.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나 혼자 우뚝 선 것이다.

환호했다. “또 1등이다!” 하지만 사방은 너무 조용했다. 축하의 박수조차 보내는 사람도 없었다. 정당한 승부가 아니니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눈초리들만 보였다. 반칙과 협작으로 얻은 승부이니 존경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만이 가득했다.



배역 선정 및 연습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임시 배역을 선정하고 시나리오 점검용 연습을 했다. 리허설을 위한 리허설이랄까? 어색하거나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고 필요에 따라 내용을 첨삭했다. 그렇게 모든 이의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한 연습이 끝났다. 용과는 각자의 시놉시스에 의견을 제시하면서 다음 수업시간 전까지 완성된 시나리오를 제출하라고 했다.


마침내 3개월간의 교육과정이 끝을 보이고 있다. 리허설을 하며 시나리오를 최종적으로 수정한 다음 마지막 수업시간에 연기 초보들이 어설픈 공연을 하면 끝이다. 그때는 어떤 감동이 생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