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아빠는 종종 엄마를 놀리듯 모과를 닮았다고 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조금 투박스러운 모과의 모양이 ‘사과를 닮았다’는 칭찬과는 다르게 들렸고, 그런 짓궂은 아빠가 얄미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건 참 묘하게도 모과만 보면 자연스레 그 순간이 떠올랐고, 그 순간들은 어느 때보다 따듯하고 그리웠다.
작년 가을, 마당에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모과가 익어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볕이 좋았는지, 내 기분이 그랬는지..
가을볕을 받으며 익어가는 모과는 봄날 노란 개나리처럼 언제나 환하게 웃는 엄마와 진짜 닮아 있었다.
아빠 눈에 엄마는 가을볕 아래 샛노랗게 익어가는 사랑스러운 모과처럼 비쳤던 걸까? 상큼한 향내 가득 품은 비타민 같은 사람이었던 걸까?
이제 아빠에게서 그 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짓궂게 웃으며 놀려대던 아빠의 표정을 떠올려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마도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