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ptembark Jul 05. 2024

첫 글

’은둔형 외톨이‘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한참 전에 작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떨어진 사람도 많다고 들었는데 저는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글을 단 한 번도 올리지 못한 채 수년이 흘렀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조차도 불특정 다수에게 출사표를 던진 다음야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 출사표’를 보고 구독한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혹여나 지켜볼 사람이 있을까 눈치를 보는 마음이, 저를 이 글쓰기 창까지 몰아세운 것입니다.


브런치를 통해서 출간을 한 작가님들이 참 많습니다. 최근에도 진행된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도 있겠지만, 꾸준히 글 쓴 이력이 있는 작가님들도 컨택이 되어 출간까지 하게 되는걸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부러웠지만 같은 플랫폼에서 글을 쓰면서 비슷한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글쓰기 창을 보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지금 단 두 문단으로도 한심한 글솜씨가 보이지 않습니까. 흔히들 이런 모습을 보면 ‘자존감 부족’이라고도 하지요.


처음이니까 저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글들을 보는 데 도움이 되려면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겠지요. 마침 저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자존감 부족’이 나온 김에 간단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풀어쓰자면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사람‘이죠. 그렇게 살아온 지 이제 10년이 넘었습니다.


대학을 다니기는 했지만, 원한다면 수업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 필수‘로 어울릴 필요는 없었죠. 4년 동안 누군가 말을 거는 일은 손에 꼽았고, 저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었습니다.


졸업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도태가 되었죠. 졸업을 하고 나면 으레 취업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다니던 정신과 원장님께서는 ‘인간관계보다 취업을 우선 생각하는 게 좋겠다’라고 하셨지만 저는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취업을 준비할 힘이 없었습니다. 이력서를 단 한 번 내는 데에도 몇 달이 걸렸고, 항상 면접은커녕 열람 이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기에 ‘글러먹은 놈’이라는 자체적 판단을 내린 이후였죠. 그런 말을 듣고 상처받아 해당 병원에는 다시 간 적이 없습니다.


이후 수년동안 조용히 죽기를 바랐습니다. 자살을 할 용기도 없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가만히 있기’ 였습니다. 혼자 있다 보니 부모님의 잔소리를 종종 듣기는 하였지만, 그동안의 괴롭힘에 비하면 견딜만하다고 느꼈어요.  바깥에 나가니 누가 해코질 하거나 물리적인 괴롭힘이 있지도 않았지요. 그러나 본능적으로 숨을 계속 붙들고 있으니 죽지는 못하더군요.


결국 죽기를 포기하고 그 사이 삶의 즐거움을 찾으면서,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점차 세상 밖으로 나가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갈등을 겪으며 부딪히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제삼자 시선으로 보면 태동에 불과하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투쟁의 기록들을 앞으로 하나씩 블로그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주 3회 이상 일기처럼 저의 일상을 담은 기록들을 하나씩 남겨보겠습니다. 어디까지 이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이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