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워크숍 리뷰 1탄
힘든 세상 속 나를 둘러싼 관계에 지쳐 무력한 이들을 위한 심리한 테라피
일시 : 19.6.25~7.16 매주 화요일 19:15~21:30분
장소 : 무중력지대 G밸리 창의지대
1회차(6.25일)
아무리 외국어 공부를 오래 해도 외국인과 다른 내 마음
심리학과 문학을 매개로 당신이라는 이야기 책을 펼치는 프로오픈러 박성미님(강사)의 소개로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도 빠질 수 없겠죠? ㅎㅎ 어색하지만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자신이 아는 한국인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고 포스트잇에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인의 모습하면 저는 '흥부자'가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여기,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모습이 있나요?
2회차(7.2일)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똑똑한 사람들이 인생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이유
똑똑한 권위자가 갑자기 추락하는 모습. 종종 뉴스를 통해 보지 않았나요?
심리학에서는 권위자가 스스로 어리석음에 빠지게 하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주변에 막대한 인력과 안전한 보호 장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천하무적의 감각'.
여러분 주변에도 권위자가 있을 겁니다. (당신이 권위자일지도) 당신 혹은 당신이 만난 권위자의 모습은 어떤가요?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가진 권위자를 우리 주변에서 마주하고 있나요? 마주할 수 없는 현실도 오늘 시간을 통해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음직 합니다.
3회차(7.9일)
어둠 속에서 불빛을 찾을 수 있다면
이번 시간에는 회복 탄력성 검사를 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복 탄력성은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 점수가 낮게 나와 의기소침해졌나요? 3주면 회복 탄력성은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사기 아님!)
지금부터 명상, 감사일기, 운동 중 단 하나라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조금씩, 천천히!
4회차(7.16일)
사랑, 그 따뜻하고 쓸쓸함에 대하여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 가족? 친구?
"상처받은 나를 비추는 심리한 밤" 마지막 시간의 주제는 바로 '사랑'입니다!
친밀 관계 경험 검사를 통해 자신의 불안/회피 애착 지수를 돌아보고, 자신이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마지막 시간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여태까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서? 그것도 아니면 주제 때문?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깊은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많았고, 함께 공감하고 귀 기울이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강사, 참가자, 기획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워크숍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사와 참가자, 참가자와 참가자 사이 관계의 밀도가 점점 높아져 이대로 끝내기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상처받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다독여지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며 워크숍을 마무리했습니다.
끝으로, 워크숍 참가자가 작성해준 소중한 후기를 나누며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나에게 심리학은 ‘타인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간혹 가다 이름이 재밌어 보이는 심리학 서적을 발견하면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상을 ‘나’로 두는 심리학은 조금 거부감이 있었다. 상대에 대한 궁금증은 사람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해서 간단한 심리테스트들은 자주 해왔었다. 그러나 심리학 공부나 혹은 상담처럼 나를 깊이 들여다봐야 하고,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꺼내봐야 하는 것들은 특히 최근에는 더욱 어려웠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나의 존재 의미를 묻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하며 내 삶의 지지기반을 흔들어놓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러나 나를 돌아보기보다는 난 괜찮다며, 이겨낼 수 있다며 독촉해야 했고 시간은 더욱 길어졌고 몸 상태까지 안 좋아졌다. 이렇게 엉킨 문제들을 제대로 직면하는 게 어려웠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그러한 시간을 필요로 했던 거 같다. 스스로 괜찮지 않음을 자의 반 타의 반 인정하며 신청한 워크숍이 바로, 무중력지대 보습학원 여름학기 ‘상처받은 나를 비추는 심리한 밤’이었다.
사실 일상적으로 심리학을 많이 못 접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심리학과는 어쩌면 정반대의 시야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고, 사회과학은 문제나 현상의 원인을 구조에서 찾는 학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심리학은 학문 자체가 인간과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행동과 문제적 상황을 개인적인 맥락을 중심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그래서 이번 수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거 같다. 기존에 내가 가진 관점과 이 수업을 통해 생긴 관점으로 이해한 현상은, 같은 현상이어도 새롭게 문제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첫 번째 시간에 만난 ‘한국인 심리학’과 세 번째 시간에 배운 ‘회복탄력성’의 다양한 조건과 성질은, 사회과학을 통해 내가 관심 있게 공부하고 있는 ‘한국사회 청년’을 더욱 다양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수업은 회차별 주제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전반부 강의와, 이를 개인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테스트와 함께 자신을 볼 수 있는 후반부 대화시간으로 구성되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참여자들이 자신을 이야기를 더욱 깊게 풀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역시 그랬다. 무엇보다 마지막 차시에는 강연자가 아닌 참여자들끼리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이렇게 편안하고 환대받는 안전한 공간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유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대화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에는, 매 회차마다 참여자들이 작성한 소감과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프로그램 매니저분들 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연자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에도, 눈을 마주칠 수 있었던 것에도 동그란 자리배치가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무리(?)해서 준비해주신 다과 덕에 배고파도 부담 갖지 않고 매번 열심히 출석할 수 있었다.
지금 서울의 청년들이 왜 힘든지를 천천히 알아가고 해소해가기 위해, 무엇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무중력지대 프로그램을 하며 확실히 느꼈다. 더 많은, 다양한 청년들이 온전히 스스로를 돌보며 바라볼 수 있도록 지원할 앞으로의 무중력지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