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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G밸리 Nov 10. 2019

EP1. '나'를 위한 시도

@Diretor's Letter

‘내-일’ 플랜 워크숍이 탄생하기까지 디렉터가 걸어온 여정 

안녕하세요. 내-일 플랜 워크숍 기획과 진행을 맡은 '피노'(Pino)입니다. 

피노는 올해부터 제가 사용하는 닉네임입니다. 원래 저는 '샛별'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는데, 이직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피노는 스페인어로 소나무라는 뜻입니다. 높게 뻗은 푸른 소나무를 좋아했는데, 피노라는 어감도 좋아서 짓게 되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나름 희소가치도 있어 맘에 듭니다. 


TMI인 듯 하지만, 제 이름은 석권인데, 주석의 권세를 누리라는 뜻입니다. 할아버지가 점쟁이에게 돈을 주고 산 이름인데,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샛별은 "장래에 큰 발전을 이룩할 만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하여,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이름과 닉네임을 쭉 살펴보니 저는 세상에서 무언가 대단한 업적을 내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나 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모두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내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부모님 혹은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지어주었을 겁니다. 이름에는 지은 사람의 희망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지금 나의 특징과 바람도 담겨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스스로 이름을 지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이미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거나 원하는 무언가에서 출발해보면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이름이 좋다면, 그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열게 되었을까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살아온 인생과 그 속에서 마주한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 서른다섯. 나이는 점점 먹는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올해 7월쯤이었던 거 같습니다. 계약직으로 지금의 일을 시작했고, 어느덧 하반기가 찾아왔습니다. 내년에도 계약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청년(만 19~39세)에게 한정된 일자리였기에 물리적으로 길어봐야 4년 더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평생 조직에서 일할 수 없을뿐더러, 조직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퇴사와 이직, 창업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하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자신 있게 '이거야!'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직을 생각해도 막막한 것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는 어리다고 볼 수 없는 제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경력직이 아닌 이상, 새로운 분야의 취업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시도해봐야 알겠지만, 한 분야에 경력이 쌓여 틀을 갖춘 저보다는 열정과 패기를 갖춘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을 뽑는 게 더 나아 보였습니다. 주변에서 창업을 해보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지만, 뚜렷한 사업 아이템도 없고, 제대로 고민한 적 없는 창업은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습니다.



직장에서 제가 담당하는 프로그램 강사로 섭외된 백영선(록담)님의 "몰빵 하지 마세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특강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전 강사님을 직접 만나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주제였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뭐라도 시도하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직장에서 계속 밀려나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는 록담의 이야기는 제게 하나의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혼자 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두렵지만 뭐라도 시작해보라고! 


거창한 것이 아닌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내년에 하고 살지'가 나의 핵심 질문이니, 이를 프로그램으로 기획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기에 프로그램화하는 건 해볼 만했으니까요. 


우연히 한 기관의 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원하려면 같이 할 사람이 필요했고, 작년 독서 작문 공동체 '삼다'에서 만난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세밀한 관찰력과 꼼꼼한 작문력력을 지니고 있어, 이 프로그램을 기록하는 사람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왔던 터라 내 제안에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소중한 동료 한 명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제안서가 마련된 저는 계속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현재 제가 일하는 곳에 프로그램을 다시 제안했고, 내-일 플랜 워크숍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는데 내-일 플랜 워크숍이 탄생하게 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말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 취업 잘 되는 OO대학 공대에 입학했는데, 내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참된 길)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하던 시절의 나

교사를 천직으로 삼고,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교사로 살던 시절의 나

오랜 고민 끝에 5년간 일하던 대안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갭이어를 보냈던 시절의 나 

하나씩만 이야기해도 24시간도 모자를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내고 싶었습니다. 그게 오늘 제가 마주한 삶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의 속도를 쫓아가기 버겁고 뒤처져서 불안한 삶에 새로운 내일(Tomorrow)을 계획해보자는 것과 취업, 이직, 퇴사까지 끊임없이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막막한 삶에 구체적인 내 일(Work)을 계획해보자는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제 고민입니다. 저처럼 퇴사, 이직, 창업을 고민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시도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인사이트를 주고받는 시간을 갖길 바랐습니다. 


말로만 이런 것, 저런 것 늘어놓기 일쑤였던 제가 불안한 내-일의 상황을 마주하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보다 먼저 혹은 저와 같이 고민하며 뭐라도 시도하며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한 문장이 한 발짝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제게 주었습니다. 제겐 이 시도 자체가 도전이고, 새로운 나를 마주하며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플랜 워크숍은 드디어 내일(11.11일) 첫 모임을 시작합니다. 참가자 10명과 이 프로그램의 안내자인 저, 기록자인 저의 동료, 이렇게 총 12명이 함께 합니다. 사람이 모일까 내심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아 신청해준 이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 플랜 워크숍은 현재 진행형 프로그램입니다. 보시다시피 내일 진행할 프로그램을 전날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아시겠죠? 그렇다고 대충 준비하는 건 아니니 실망하지 마세요! 

네이밍과는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에 초점을 두고 나와 내 일을 돌아보고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오늘을 잘 살아야 내일을 플랜할 있을 테니까요.


끝으로 저는 앞서 TMI로 말했던 대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하다 보면 부족하고 못난 모습에 스스로 위축될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도 그랬습니다. 최근 <인생 후르츠>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차근차근"


영화 속 내레이터가 수차례 반복해서 전하는 대사를 다시금 되새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싶어 하면서도 겁먹고 주저하는 나. 그래도 계속 시도하고, 작은 거라도 하나씩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설령 잘하지 못해도 저 스스로를 토닥이며 쭉 가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고 나를 격려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고생할 테지만, 행복한 고생이 될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대망의 내일, 첫 모임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반갑게 웃으며, 모두 내일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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