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중력지대 G밸리 Nov 19. 2019

EP3. 어제의 나, 오늘의 내 일 수집

'내-일' 플랜 워크숍 1회차 리뷰


시작은 설렘과 긴장을 동반합니다. 

쌀쌀한 11월의 월요일 저녁에 각자의 고민과 질문을 안고 무중력지대 G밸리에 모여 앉은 10명. 매콤한 브리또와 음료로 고픈 배를 달래며 <'내-일'플랜 워크숍> 첫 모임을 열었습니다.


1회차에서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 일'을 돌아보고 서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워크숍 진행자 피노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었어요. (EP1. '나'를 위한 시도 참조) 닉네임 설명을 시작으로 피노가 걸어온 자기 탐구 여정과 '내 일'에 대한 고민, 그 첫 번째 시도로써의 <'내-일'플랜 워크숍>을 소개했습니다. 


피노의 스토리텔링


다음은 참가자들 차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와 '내 일'을 소개했습니다.




어제의 '나' 돌아보기


Q1. 내가 지은 나의 이름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름에는 지은 이의 희망이 담겨 있다죠.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닉네임을 정하고 나눴습니다. 오늘의 소망을 담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또는 주어진 이름의 의미를 재발견해서 이름 붙였어요. 


구분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의 상태'를 지향하는 평온한서엘리, 본명의 한자 뜻을 살려 '깨끗하고 맑은 열정을 가진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소현,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북유럽 신의 이름 '오딘'을 거꾸로 뒤집은 디노 등 의미를 알고 나니 하나하나 소중한 이름입니다. 미처 정하지 못한 사람은 이번 시간에는 이름으로 불리기로 했어요.



Q2. '내-일' 플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지금 내 기분은 어떤가요? 


두 번째 질문부터였죠. 누구부터 답변을 시작할까 하는 질문에 "없으시면 저부터.."라고 디노님이 손들기 시작한 게. 앞으로도 자주 '시작은 고유디노'가 될 것 같은 느낌. :)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일을 골라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_ 디노
나의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다들 궁금하잖아요. 같이 고민하면 좋고 생산적일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_ 로켓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일을 찾는 거예요. 어떤 회사에 소속돼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중에도 계속할 수 있는 진짜 내 일이요. 답 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기회라는 점도 기대가 됩니다. _ 꿈틀
일을 생각하면 항상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은 제 커리어가 아닌 정말 그냥 사무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내년에는 다른 일을 해야 할 텐데 그 고민을 계속 회피하고 있어요. 혼자보다 같이 하면 피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다른 분들 얘기도 많이 들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_ 평온한서엘리 


'내 일'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거니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대도 공통적으로 나눠 주셨어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서로의 이야기가 풍성히 공유될 수 있도록 오픈 채팅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분을 나타내는 동사 리스트를 참고해서 그 순간의 기분도 이야기해 봤는데요. 기대된다, 궁금하다, 반갑다, 낯설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등 시작의 긴장과 설렘을 솔직하게 털어놔 주셨습니다. "재밌고 궁금하고 피곤하고 떨리고 따뜻하다."라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시고요.



Q3. 나를 나타내는 형용사 혹은 나다웠다고 느낀 순간을 기록해봅니다.


이 워크숍 지원서를 쓰던 순간이요. 그날도 커리어 관련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다음날 회사 반차를 쓰고 새벽에 열심히 썼거든요. 지원서 보고 뽑는다고 하셔서요. 저는 집이 인천이고 회사가 삼성역이라 출퇴근이 왕복 4시간이에요. 그런데 그 길에서 또 이것저것 찾고 배우려는 나. 피곤해 죽겠지만 참 나답다 생각했던 순간이었습니다. _타미
'창조적인', '친절한'을 골랐어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 또는 옷을 어울리게 코디해서 입었을 때,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나답다고 느낍니다. _세미
'열정적인'을 뽑았고요. 회사에서 최근에 어떤 이유로 일을 엄청 하기 싫어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새로운 일을 받고 나니까 또 열정과 의지가 불타더라고요. '아 어쩔 수 없구나'생각했습니다. _소현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도전하면서, 현장에서 움직이면서, 남들과 다른 일에 뿌듯해할 때, 나를 인정하고 행동할 때 등등. 나를 표현하는 언어 혹은 나다운 순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면 '내-일'을 여행할 대략의 나침반이 우리 손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나누며 훈훈한 기운이 감돕니다




오늘의 '내 일' 돌아보기


Q1. 지금 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일'이 직장에서의 활동에 한정되지는 않으니까요. 누군가는 직장이나 사업, 프리랜서 일을, 다른 누군가는 다음 단계를 위한 자기 계발 혹은 스스로를 알기 위한 활동을 언급했습니다. 시작은 우연한 계기로 혹은 의지의 발현으로 일어나지만 그 일을 대하는 태도나 의미 부여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Q2. 그 일을 왜 하고 있나요? 어렵다면, 내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세요.


우리는 좋아하는 일이라서, 나를 알고 싶어서, 커리어나 영역의 확장을 기대해서 그 일을 합니다. 이 일이 지속 가능할지,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커리어를 어떻게 그려갈지, 나답게 할 수 있는 일이 뭘지 고민하면서요.


프리랜서처럼 여러 가지를 하는데, 주로 하는 일은 보드게임 관련된 일과 교육 관련된 일입니다. 처음 했던 것이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일이었어요. 지금도 하는 이유는 이제는 잘하는 일이 되어서이기도 하고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저에게 '좋아하는 일'의 기준은 '나를 잠 못 자게 하는 일'인데, 이 일이 그렇습니다. _디노
단순히 좋아서 했던 것 같아요. 몽골에서 만난 사람들, 조직에 있는 선배와 동료들이 좋아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지원도 되는 분위기여서 좋아서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조직이 체계적이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저는 체계적인 걸 원하고 그래야 나도 그거에 맞춰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체계가 없으니까 거기에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다른 데 가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해요. 출장이 잦은 일인데 과연 30대 중반, 후반까지 계속할 체력이 있을까도 고민되고요. '몽골, 내가 하는 일'만 맨날 보니까 내가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네, 다른 거 뭐 하지 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_차차르
저에게 기회를 가져다줄 것 같아서 영어와 편집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외국에서 1년을 살았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해서 나가야겠는데 기술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쪽 나라에서 수요가 많다고 들은 편집디자인을 하게 됐어요. 저는 저에게 불만이 많아서 남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증이 많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말이 돼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확장이 안되니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_로켓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돈이 크게 안 드는 일이면서 안전한 자기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땐 말이 없는 편이어서 글이나 그림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그걸 계속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고민은, 펜 아트를 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까, 반응이 보장되니까 그 반응을 원해서 그리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림 그리는 광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그림을 취미로 한다면 본업은 또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_세미
글을 왜 쓰는가 생각하면 제가 어떠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예요. 글과 더불어 혼자 제 얘기를 녹음하는 것도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말을 하면 내가 나를 속이기가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이런 걸 하는 이유는 제가 무슨 일을 하건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삶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어서입니다. _평온한서엘리 



Q3. 무슨 일을 할 때 살아있다는 감정 혹은 뿌듯함을 느끼나요?


몽골 출장 가서 만나는 주민 분들이 내 이름 불러줄 때. 일하고 있는 제 옆에 와서 "우리가 이걸 했고 저것도 해봤고.." 이렇게 자신들의 일을 자랑할 때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껴요. _차차르
저는 흔하지 않은 것을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하고 만들어냈을 때 큰 뿌듯함을 느끼는 편이에요. 스스로도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고 윈윈하고 공존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뿌듯합니다. _꿈틀
교육을 듣고 사람들이 변화되는 걸 볼 때 보람을 느끼고, 일 자체를 잘 끝내서 완성된 걸 보고 어떻게 기여됐는지를 확인하면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상을 조금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걸 완성한 자체로도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_소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는 걸 제가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나만 재밌는 것 말고 보는 사람이나 겪는 사람도 같이 재밌는 일을 좋아해요. 전에 제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숫자가 올라가고 콘텐츠에 대해서 반응이 좋을 때 정말 재미가 있었고, 인디레이블에서 혼자 마케팅했을 때도 콘텐츠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 찍으면 나오고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하는 식으로 만들어지니까 그게 굉장히 뿌듯하고 재밌었어요. _타미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 무언가 성취했을 때, 2) 인정과 사랑을 느낄 때, 3) 타인에게 기여할 때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가 되네요. 여기서 재밌었던 건, 개개인의 답이 어제의 '나' 돌아보기 Q3 질문에 답했던 내용의 연결선 상에 있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적극적인, 명확한'을 키워드로 뽑았던 로켓은 '어렵고 못했던 걸 견디거나 잘하게 됐을 때' 즉 모호하던 것이 명확해질 때 살아있다고 느낀다고 답했고요. '활동적인'을 키워드로 삼은 차차르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교류할 때, '창조적인'을 키워드로 정한 세미는 '만화나 웹툰 한 편을 완성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네요. 


결국 성취와 소통과 인정이 각자의 '나다움'의 맥락에서 이뤄질 때 생동감을 느끼는가 봐요. 나답게 움직일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여정을 여기 모인 이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네요.


서로의 '내-일'에 조용하고 따뜻한 박수를 보내요




질문에 답을 찾고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정리하지 못한 '내 이름 목록 만들기'와 '일 관련 해결과제'는 각자의 과제가 되었고요. 조만간 모일 오픈채팅방에서 나누기를 기약하며 첫 모임을 마쳤습니다.


1회차와 4회차 두 번에 걸쳐 소통과 운영 개선을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부탁드리는데요. 이날 주신 피드백을 몇 가지 공유합니다. 

"즐거운 첫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도 기대되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편해지고 내 얘기를 하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편안해졌어요."
"좋았습니다. 질문에 집중해서 답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 얘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고민이 있구나 느껴졌습니다."
"질문에 따라 고민하는 시간들이 생겨서 시간을 많이 갖고 나누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머지는 좋았어요." 
"시간을 넉넉히 잡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공기가 조금씩 편안하고 따뜻해졌던 시간.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여러 분이 표해 주셨습니다. 나눔 시간을 확보할 운영의 묘를 기대하며, 2회차에서 만나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 나누는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Edited by   Audrey Yum(염혜경)

   

매거진의 이전글 EP2. 이야기의 탄생을 만드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