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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오르지 Oct 06. 2023

노래를 이야기로: 시시콜콜한 이야기_이소라

글 담화


12월의 어느 새벽,


난 ㅇ에게 전화를 걸었다. ㅇ은 늘 그렇듯, 반가운 목소리로 날 안아준다. 매번 듣는 목소리지만 오늘은 그 소리가 어제만큼 정겹지 않다.


우리는 몇 분이고 얘기를 나누었다. ㅇ에게 내 기분을 들키고 싶지 않아 처음엔 어제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어바웃타임>을.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여자 주인공의 외모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러다 천천히 윤오에 대한 솔직한 맘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숨 막힌다

처음에 ㅇ은 듣고도 짐짓 모른척한다. 이것이 내 얘기를 깊숙이 끌어내려는 수작임을 빤히 알면서도 난 또 빠져들고 만다. 나는 조심스럽게 ㅇ에게 털어놓았다.


| "정말 모르겠어. 윤오의 진짜 마음을."


난 아이가 엄마에게 일러바치듯 순순히 말하고 만다.


| "나 항상 윤오의 뒷모습만 보면서 걸었어.

   같이 걷다 보면 어느샌가 윤오는 한 걸음씩 먼저 갔거든.

   그러다 어제는 그냥 그 자리에 멈춰보았어.

   궁금했어.

   윤호가 어떻게 할지.

   근데 내가 멈춰버린 줄도 모르고 그냥 가더라. 그래서 나도 그냥 왔어."


|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한텐 관심도 없고.

   그 사람, 나보단 친구랑 있을 때 더 행복해 보여.

   난 아직도 그 사람 처음 만났을 때 가슴 뛰던 생각이 나는데, 그리고 아직 많이 좋하는데.

   윤오는... 어쩌면 아닌가 봐.

   지금까지 카톡 하나 없거든.

   저울이 기울어 나만 땅에 박혀있는 느낌이야."


| ".... 나 요즘 많이 운다.

   헤어지는 건 싫은데, 이제 헤어져야만 할 것 같아."


말은 덤덤하게 했지만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 "어디니? 혼자 있니?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어. 내가 갈게."


ㅇ의 말에 이제 조금은 안심이다. 나에게 ㅇ과 같은 친구가 있는 것에 감사한다. 오늘 새벽 내가 깨어있고 그녀 역시 깨어 있다는 것에도. 불쑥, 어제의 이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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