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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오르지 Oct 13. 2023

해열제 시럽은 왜 빨간색일까?!

약 담화

애가 있는 집이라면 해열제 시럽 몇 개씩은 갖고 있습니다.


 아이 열날 때 먹는 의약품 시럽만 해도 서너 종류가 있고, 배 아플 때, 기침 날 때, 콧물 날 때  마시는 시럽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비타민 시럽도 갖고 있습니다.


 의약품 시럽은 그 색깔이 다양합니다. 빨간색(핑크색을 포함), 흰색,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입니다. 그렇다면 의약품 시럽 색깔에 규칙이 있진 않을까요?


의약품 시럽은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의약품 시럽은 제약사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만들어지는 약입니다. 하지만 제조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정제된 물에 주성분과 첨가제를 넣고, 끓이거나 잘 섞어서 균질한 용액이 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주성분 원료 약품은 화학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물에 녹으면 쓴 맛을 냅니다. 쓴 맛을 내는 약을 애들에게 먹이긴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제약사는 이러한 쓴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용액에 감미(甘味, 설탕 같이 단맛을 내는 물질)제를 넣습니다. 우리가 먹는 의약품 시럽이 달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미제와 약의 효과에 도움을 주는 여러 성분이 섞이다 보면 투명한 색에서 약간 노리한 색이 됩니다.


  우리의 미각과 후각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코는 냄새를 확인(후각)하고 혀가 맛을 확인(미각)하면, 우리의 뇌는 이 정보를 종합해 맛을 느끼고 즐깁니다. 맛이 있더라도 후각으로 느끼지 못하면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맛이 달더라도 냄새가 없으면 달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착향제를 넣습니다. 착향제는 성분조합을 통해 체리, 사과, 포도, 바나나 등 다양한 냄새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해열제 시럽이 빨간색일까요?


 이유는 맛과 향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의약품 시럽을 거부하지 않고 제약사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아이들이 선호하는 냄새를 고르게 되고, 고르다 보니 체리향으로 의약품 시럽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타이*놀시럽도 그렇습니다.


 원래 의약품 시럽의 색은 투명한 색에서 약간 노리한 색이라고 앞서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체리향이 나는 용액을 맛있게 먹으려면 어떤 색이 어울릴까요? 당연히 체리와 같은 빨간색이 가장 낫지 않았을까요? 이게 의약품 시럽이 빨간색(핑크색)이 가장 많은 이유입니다.


 애들은 과일 맛이 나고 식욕을 돋우는 색깔의 의약품 시럽을 좋아합니다. 아빠들도 먹이기 편하죠. 그래서 제약사는 의약품 시럽에 빨간색 색소(착색제)를 넣습니다.  


그렇다면 의약품에 들어가는 색소는 안전한가요?


 예전에는 의약품에 사용하는 색소로 합성 화학 물질인 '타르 색소'를 많이 썼습니다. 타르 색소는 착색효과가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이나 의약품 쪽에서 널리 사용되던 원료입니다. 하지만 타르 색소는 성분구조 상 독성이 있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품 규제당국은 독성 연구를 통해 의약품에 쓸 수 있는 타르 색소의 종류를 제한(현재는 8개 색소만 가능)하고, 그 양도 극미량(원료약품 분량의 0.1% 이하)만 가능하도록 규제했습니다. 또, 타르 색소를 쓰는 의약품 시럽은 반드시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그 색소의 종류를 쓰도록 강제하기도 했습니다.


 의약품 시럽에 들어가는 색소는 안전성이 확보된 범위에서 성분함량에 대해 허가를 받고 있고, 의약품 시럽은 정부가 적합판정한 제약사 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먹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타르 색소 자체가 갖고 있는 독성이 우려된다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요즘 제약사는 의약품 시럽에 색소 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애가 먹는 의약품 시럽도 대부분 흰색이고(색이 흰색일 뿐이지 체리향은 그대로지만...), 전처럼 빨간 시럽은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제약사는 타르 색소를 빼거나 성분을 바꾸려면 식약처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변경) 허가를 받은 후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고 상당한 비용도 듭니다. 또 색이 달라지면 항의(?) 전화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판매되는 의약품 시럽은 흰색이 많습니다. 이런 제품은 대부분 타르 색소를 쓰지 않거나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의약품 시럽은 외부 포장에 "무색소"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은 최초 개발단계부터 착색제를 제외해 허가를 받고 생산한 제품입니다.


 타르 색소, 천연 색소, 무색소든 모두 의약품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고 시설을 갖춘 제약공장에서 만들었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판매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먹어도 안전합니다. 우리는 나와 아이의 선호를 고려해 선택한 제품을 잊지 않고 시간 맞춰 잘 먹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끝으로, 무색소도 좋지만 가끔은 빨아먹으면 혀가 새빨개졌던 예전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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