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발톱이라는 기관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그라스메디입니다. 오늘 우리집 고양이를 안고 발톱을 깎아주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어요. 초보 집사 시절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는건 말 그대로 전쟁이었어요. 고양이를 안고 발톱을 자르려고 하면 무슨 재앙이라도 닥친 것처럼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었죠.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제 팔에 여러번 상처를 냈어요. 장모종이라 발바닥이 긴 털로 뒤덮혀 있어 발톱을 찾는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발톱을 깎는데 3분이면 충분해요. 고양이도 자기에게 해가 되는일이 아니란걸 아는지 발톱을 다 깎는 동안 얌전히 품에 안겨있어요. 저, 집사로써 성장했지요?
예전엔 사람들이 고양이의 발톱을 '집사와의 교감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신체기관' 쯤으로만 여기면서 발톱 제거 수술이 성행했던 적이 있어요. 고양이 발톱 제거술이란 고양이의 발톱과 발톱이 부착되어있는 고양이 발가락 뼈의 끝 마디를 잘라내는 수술이에요. 레이저, 수술용 칼(Blade) 등 여러가지 도구를 이용해 수술을 하지요.
왜 발톱만을 제거하지 않고 굳이 잔인하게 뼈마디까지 잘라내는 거냐구요? 고양이의 발톱은 발가락 뼈 마디의 끝부분과 연결되어있어요. 연결된 부분엔 재생세포가 있어서 여기서부터 발톱이 자라나지요. 즉 고양이의 발톱을 제거하기 위해선 발톱의 생장점이 있는 뼈마디를 제거해야 해요.
첫째, 고양이를 위해서
선천적으로 고양이의 발톱이 기형적으로 자란다든가, 감염이 되어서 농이 찬다든가 혹은 사고로 인해 발가락 마디 뼈가 부서졌다든가 하는 경우 고양이 발톱 제거 수술을 해요. 문제가 되는 부위를 제거함으로써 고양이가 보다 편안해지도록 하는게 목적이지요.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수술을 했을때 의학적으로 이득일 경우 고양이 발톱 제거 수술을 한답니다.
둘째, 같이 사는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긁으며 발톱을 가는 행위는 고양이에게 큰 즐거움이지요. 그런데 이 본능이 간혹 사람에게 피해가 되기도 해요. 가구나 벽지를 뜯기도 하고 사람의 피부에 상처를 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반려인이 혈액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질환인 혈우병을 앓고 있다면 고양이의 발톱이 어느정도 위협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고양이 발톱 제거술이 시행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 단지 반려인의 편의를 위한 경우가 많아요.
이번 포스팅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건 바로 두번째 경우에요. 지금은 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기도 했고, 함께 사는 고양이를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톱을 '받아들여야 할 고양이의 특성'으로 여겨요. 하지만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발톱 때문에 키우던 고양이를 유기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유기동물 보호소에 따르면 이렇게 버려진 고양이의 약 70%가 재입양되지 못하고 안락사되었다고 해요.
고양이 발톱 제거술은 고양이에게 큰 고통을 줘요. 발가락의 마디뼈를 자르는 거니까요. 앞발에 체중을 싣지못해서 엉거주춤한 걸음을 걷고 도약, 점프를 하지도 못해요. 수술 후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가 굉장히 높아지는 등 많은 지표가 고양이가 큰 고통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지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2차 감염이 발생하기도 하고, 수술 중 신경을 건드려 요골신경 마비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수술 도중 재생 세포를 깨끗히 제거하지 못한 경우 발톱이 다시 자라나 통증을 유발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지요.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고통은 수술 후 오랜기간이 지나도 만성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요.
발톱은 고양이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발톱이 사라진 고양이는 두려울때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이 없어요. 이는 고양이에게 극심한 불안, 스트레스를 야기해요. 수의사 전문 연구진이 발톱 제거술을 한 고양이 137마리와 하지 않은 고양이 137마리를 대상으로 추적 연구를 한 결과, 수술한 고양이들은 수술을 하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3~7배 정도 이상행동을 보였어요. 아무데서나 배변을 하거나 사람을 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났고 사회성도 크게 떨어졌지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외국에선 고양이 발톱 제거술이 동물 복지와 관련해 큰 이슈가 되었어요. 영국에서는 고양이 발톱 제거술을 학대 행위로 분류하였고 대부분 유럽권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가 영국을 따라서 고양이 발톱 제거술을 금지했어요.
다행히도 고양이의 발톱을 수술을 통해 제거하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어요. 시중에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다양한 고양이 스크래쳐 제품들이 나와있거든요.
우리집 고양이는 스크래쳐를 사줘도 안쓴다구요? 고양이에겐 각자의 취향이 있어요. 어떤 고양이는 나무로 된 가구를 긁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는 카펫을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는 널판지를 좋아하고 또 어떤 고양이는 수평 바닥에 긁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는 수직으로 세워져있는 스크래쳐를 좋아해요. 그러니 반려인이 사다 준 스크래쳐를 쓰지 않는다면 다른 종류의 스크래쳐를 구입해보시는걸 추천해요. 그러다보면 당신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고양이의 발톱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주세요. 일주일에 1~2번 정도가 적당해요. 혹시 고양이가 손톱을 깎는걸 극도로 싫어한다면 훈육이 필요해요. 야단치고 혼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보상을 주는게 더 좋은 방법이에요. 발톱을 깎은 뒤 간식을 주거나 놀아주는 거죠! 이같은 방법은 어떤 것을 가르칠때도 모두 적용될 수 있어요. 예컨대 고양이가 당신이 사준 스크래쳐에 발톱을 갈고 있는걸 발견했다면? 칭찬과 보상을 줄 좋은 기회에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고양이의 손톱을 다듬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일과가 될거에요.
고양이는 발톱을 숨겼다 꺼냈다 할 수 있어요. 숨겨야 할 상황에 발톱을 꺼내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건 고양이가 아직 야생의 본능을 완전히 잊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스크래쳐라는 제품이 나왔듯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 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어요. 우리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며 살아갈 수 없듯이, 반려동물 역시 우리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그 고민의 크기가 바로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주는 사랑의 크기라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