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체감상 '입춘(立春)'

Track 1. 입춘 - 한로

by JeO

입춘, 立春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시작으로 본다.



실제 입춘은 양력 2월 4일쯤에 해당한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하지만 실제 입춘인 2월 4일즈음에 우리가 실제로 겪는 풍경들은

봄이 오길 바라며 아주 가끔 내리쬐는 볕에 기대어 움츠려있는 모습들 뿐이다.



108_9884.JPG 2018년 2월 5일, 수원에서


이 시기에는 아직은 따뜻해지기 전, 아직은 두꺼운 옷을 치켜입으며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한로로 - 입춘



이제는 인디 씬의 아기록스타(?)로 자리잡아가는 한로로의 데뷔 싱글.

한로로는 이 곡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입니다.
불확실한 봄맞이를 결심해 준 그대에게 이 곡을 전합니다.


데뷔와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 최우수 모던록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던 이 곡은

도입부터 길거리에서 우연히 듣다가 멈추게 되듯한 반주로 시작된다.


국문과 출신에 문학을 무척이나 아꼈을 것 같았던 한로로의 가사에 귀를 기울여 되짚게 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 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한로로, 입춘-


이 가사가 나올때쯤이면 절망 속에 어슴푸레 피어나는 희망을 머금고 뛰는 뮤직비디오의 한로로처럼

보이지 않은 수평선을 향해 뛰고 싶어지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한로로 입춘.png 한로로 - 입춘 뮤직비디오 중에서 <출처 : Youtube 'POCLANOS'>

이 노래는 화창하고 찬란한 봄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입춘이라는 시기에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희망적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한 성장의 단계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입성을 앞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자기 확신의 결여와 이상세계로의 발돋움 속에 돋아나는 두려움들이 만연한 곡이다.


아직은 찬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시기가 막연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는 것은

광활한 바다에 비춰오는 윤슬과 살며시 피어나 마주보게 될 봄꽃을

곧 마주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지 않을까.



IMG_7124.JPG 2022년 3월 4일, 제주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특별하지 않은 하루에 빛이 스며들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