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 입춘 - 한로
입춘, 立春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시작으로 본다.
실제 입춘은 양력 2월 4일쯤에 해당한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하지만 실제 입춘인 2월 4일즈음에 우리가 실제로 겪는 풍경들은
봄이 오길 바라며 아주 가끔 내리쬐는 볕에 기대어 움츠려있는 모습들 뿐이다.
이 시기에는 아직은 따뜻해지기 전, 아직은 두꺼운 옷을 치켜입으며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이제는 인디 씬의 아기록스타(?)로 자리잡아가는 한로로의 데뷔 싱글.
한로로는 이 곡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입니다.
불확실한 봄맞이를 결심해 준 그대에게 이 곡을 전합니다.
데뷔와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 최우수 모던록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던 이 곡은
도입부터 길거리에서 우연히 듣다가 멈추게 되듯한 반주로 시작된다.
국문과 출신에 문학을 무척이나 아꼈을 것 같았던 한로로의 가사에 귀를 기울여 되짚게 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 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한로로, 입춘-
이 가사가 나올때쯤이면 절망 속에 어슴푸레 피어나는 희망을 머금고 뛰는 뮤직비디오의 한로로처럼
보이지 않은 수평선을 향해 뛰고 싶어지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 노래는 화창하고 찬란한 봄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입춘이라는 시기에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희망적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한 성장의 단계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입성을 앞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자기 확신의 결여와 이상세계로의 발돋움 속에 돋아나는 두려움들이 만연한 곡이다.
아직은 찬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시기가 막연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는 것은
광활한 바다에 비춰오는 윤슬과 살며시 피어나 마주보게 될 봄꽃을
곧 마주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