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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옷 Jan 17. 2019

감흥 없는 여행

왜 여행을 하면 할수록 감흥이 덜할까?




 “여행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 전 여행 싫어해요.”라는 대답을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요’ 대답도 많았다는 사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돈을 벌어서 휴학하고 여행을 떠나고, 돈을 벌어서 방학 때 떠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기자를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3년 동안 여행기자로 일했다.


  여행기자로 일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좋으시겠어요.’였다. 한발 더 나아가 ‘나는 돈 안 줘도 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행하는 것과 여행기자로 일하는 것은 너무 달라서 이 이야기를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지만 일단은 패스) 그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말이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수치상으로 봐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날까? 2018년 기준 해외여행자 3000만 시대를 코앞에 뒀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년 대비 20%, 15.9%, 18.4%로 꾸준히 증가 했고, 현재 사상 최대 여행자 수를 기록 중이다. 이쯤 되면 여행을 가본 사람보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거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분전환을 위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다른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되는 기쁨, 여행의 감성이 좋아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있고 싶어서, 낯선 풍경이 주는 이색적인 느낌,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해 재충전하기 위해. 이것 말고도 이유는 여러 가지가 더 있을 것이다. 면세를 털기 위해 갈 수도 있고, 먹방을 찍으러 갈 수도 있다. 좋아하는 해외 가수나 배우의 공연을 보러 갈 수도 있다. 다들 가니까, 좋다니까 가보는 사람도 있겠지.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서점에 가면 당장이라도 어디든 떠나야 할 것 같은 여행기들이 수두룩하고, TV 프로그램들 역시 떠나라고 등을 떠민다. 검색창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의 좋은 점, 여행을 통해 얻는 것, 여행의 목적 등의 검색어로만 쳐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나는 대학교 강의실에서 교수들이 어릴 때 여행을 떠나야 어쩌고 저쩌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 고생이 어쩌고 저쩌고, 배낭여행 한 번 못해보면 어쩌고 저쩌고...를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었다. 물론 다! 좋은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지. 돈과 시간을 그렇게 썼는데 무언가를 얻지 않고 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반작용처럼 여행이 싫은 이유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여행을 많이 한 편이다. 심지어 좋아하는 편이고.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언젠가부터 여행이 전처럼 좋지 않았다. 그냥, 여행. 딱 그 정도의 감상에서 그쳤다. 오래 전 나는 여행지의 어떤 풍경을 보고 있다 너무 좋아서 조용히 울기도 했고, 어느 성당에 앉아 한 시간이 넘게 앉아 있었던 적도 있었다.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 앞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고,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하염없이 눈이며 마음에 담아두느라 바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런 깊은 감동을 느낄 수가 없었다. 감흥은 없고, ‘좋다’는 짧은 감상도 뒤돌아서면 간단하게 휘발되기 시작했다. 왜? 여행을 좋아하는데, 분명 좋았는데, ‘감동’은 어디로 사라졌지? 왜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게 아니라 점점 감흥이 떨어지는 걸까. 모두가 그런 걸까 아니면 나만 그런 걸까? 모두가 여행을 하고 돌아와 무엇에 감동 받았고, 무엇이 인상적이었고, 무엇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왜 나만 별다른 감흥 없이 여행을 마친 걸까?

  그래서 감흥 없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고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로컬처럼 여행하기에 대한 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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