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고 싶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주위를 산책하다 보면, 집안일을 하다 보면 정말 글감이 넘쳐 난다. 무엇이라도 쓰고 싶다. 하지만 아무 말도 쓸 수가 없다. 나는 너무 글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다 보니, 또 글을 강제로 읽고 쓰다 보니 글을 쓰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글을 다룬다는 것과 글을 쓰는 행위는 엄연히 다른데 이를 구분하지 못한 지 오래다. 사실 그렇다. 매일 어쩔 수 없이 글을 읽고 편집하고 이를 홍보하는 글을 쓰는 대가로 돈을 벌고 있는데, 집에서도 굳이 글을 다룰 이유가 무엇이냔 말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기자나 편집자를 때려치우고 작가로 전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나한테 그들 같은 뛰어난 자질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언제 글을 쓸 수 있을까. 조금 더 한가해져야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다가 공인인증서로 은행 업무를 보고, 한 달 지출을 가늠하고,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서 우리 집의 시세를 강박적으로 확인해 본다. (몇 달 전에 결혼하면서 수억 당겨서 집을 마련했다. 우리 집값 오르면 남의 집도 오르니까 사실 별 의미는 없는 행위다.) 요즘에 나는 활자가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회사에서 짓는 제목 한 글자 한 글자가 다 돈이다. 제대로 된 활자를 조합해서 제목을 잘 지으면 이건 더 큰 돈이 된다. 물론 돈을 번다 한들 그 돈이 나에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목숨을 부지하도록 월급을 받을 수는 있으니까.
나에게 글은 생계이므로, 생계를 벗어난 글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글을 써서 에세이 책을 내면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를 해 보자. 하나의 부업이 될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지금부터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