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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대로 사지 않을 책이 나왔다

by 피어라


좋아하는 출판사 인스타를 팔로우 하고 있다. 신간 알림이나 행사 소식 피드가 올라오나 확인하고 종종 하트를 누른다. 엊그제 한 출판사에서 새 게시글 올라왔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새로 출간한 책 소개글을 넘기다 표지에 박힌 저자 이름을 보고 확 기분이 상해버렸다.


아주아주 오래 전, 젊은 시절 사귀었던 사람의 이름이었다.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파고 들더니 결국 책을 냈다.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조우하는 상상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의 재회를 바란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럴수가.


핸드폰을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는데 짜증이 치밀었다. 질투와 부러움,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교 하위권이라 신경도 쓰지 않고 살던 존재가 갑자기 기말고사에서 나를 앞지르고 수석을 차지한 걸 목격한 느낌이랄까, 알고 싶지 않은데 강제로 알게 되어 억울하고 어딘가 분한 그 느낌. 느닷없는 기습공격에 당한 기분이었다.


그렇잖은가, 나는 브런치 연재글도 제대로 못 써서 허덕이다 물에 빠졌는데, 누구는 번듯한 출판사에서, 꽤 밀어주는 홍보까지 받는 책을 써냈다. 내가 무슨 대자대비한 보살이라고 축하해주겠는가


하지만 먼지가 가라앉듯, 휘몰아치던 마음이 진정되자 몇 가지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이었다. 그 사람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던걸까? 어떤 식으로 자기 언어를 풀어냈을까? 어떻게 글쓰기를 연습했을까? 어떻게 살았기에 책을 쓰고 출판할 수 있었을까? 나는 무엇이 부족한걸까?


알아내려면 역시 책을 읽는 수 밖에 없겠지만 굳이 내 돈까지 보태주고 싶진 않다. 데이트하며 쓴 돈도 아까울 판인데.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모를까.

부디, 부디, 베스트셀러만은 되지 않기를! (결코 내가 차여서 그러는게 아니다!)




ps - 무슨 책인지 묻지 마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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