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 매콤한 양념이 잘 베인 쫄깃한 닭고기는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어린 시절 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아하는 요리지만, 이름을 부르다 보면 의아할 때가 있다. 닭을 볶지 않는데, 어째서 볶음탕일까?
볶음이라고 하면 가지볶음, 어묵볶음 같은 음식처럼 기름에 넣고 센불에 볶은 음식을 말한다. 전혀 닭볶음탕의 조리법과 맞지 않는 이름이다. 기름에 볶기는 커녕 양념국물에 졸여내는 조리법에 더 가깝다. 심지어 거기에 탕까지 붙었으니 아무리봐도 이름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요리다. 닭조림이나 닭찜이 아니라 굳이 닭볶음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곤 했다.
이름은 일종의 라벨이다. 이름은 이름이 붙여진 대상에 대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말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이름은 긴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기도 하고 어떤 이름은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대의 떡볶이는 떡을 볶지 않지만 그 이름의 기원을 찾아가면 조선시대 궁중에서 가래떡과 고기, 채소를 간장양념과 기름에 볶아내었던 조리법에서 시작한다. 그때는 분명 볶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방식이었고, 현대로 오며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현재의 기능이나 용법과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가 음식뿐일리없다. 떡볶이나 닭볶음탕처럼 살아가는 모습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이 하는 일과 내면의 목소리가 어긋날 수도 있고, 지금 현재의 모습은 잃어버리고 과거 어느 시기의 경험과 사고에 매몰되어있을수도 있다. 닭볶음탕이나 떡볶이라는 명칭이 조리법의 확장되어 뜻이 더 넓어진 거라면 사람의 이름도 그렇게 쓰이면 좋겠다. 조금 더 유연하고 포괄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반대로 더 뾰족하고 좁은 의미로 적확하게 쓰이는 이름도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닭볶음탕 1인분 대신 닭과 볶음과 탕을 각각 셋으로 나눠 꼭꼭 씹어먹어볼까. 아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모든 경계를 어우르며 어긋나는 것들을 다 감싸안고 푹푹 끓여 맛이 베어들게 만드는 닭볶음탕이 제격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언어들이 태어날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니까 실은 저녁메뉴를 고민하며 적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