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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Apr 23. 2023

사장님,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인가요?

<14.>

사장님,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인가요?


동네에서 로스팅을 하며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질문이다.


그러게요. 맛있는 커피는 대체 어떤 커피일까요?


사람마다 각자의 다양한 기준으로 맛있는 커피를 이야기한다. 가공방식이나 로스팅 포인트의 차이, 로스팅 후 디개싱 기간의 차이와 객관적인 수상경력까지. 모두가 나만의 기준을 들어 맛있는 커피의 선별법을 이야기한다. 이중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커피의 지속성이다.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진가가 느껴지는 순간이 탁 하고 올 때가 있다. 열 번 좋다가도 한 번의 커다란 감정기복을 비추며 그동안의 점수를 와장창 깎이 버리는 사람. 반면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점점 자신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삶에 증명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도 사람 같다. 오래 볼수록 깊이 있게 자신을 증명하는 커피가 있다. 지속성이 좋은 커피를 만나면 딱 그런 기분이다. 처음에는 수수한 듯하다가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을 스며들게 만드는 친구 같은 커피.


화려하게 뽐내며 명품을 몸에 두르고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주변에 외치지만 정작 알맹이는 텅 비어있는 커피도 있다. 이런 커피는 자격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다. 주변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조금이라도 화려하게 보이고 싶어 안달하며 밑바닥이 드러날까 바싹 날을 세우고 전전긍긍하는 느낌이다. 결국 뒷맛은 씁쓸하다.


물론 처음부터 화려하면서 마지막까지 그 화려함이 지속되거나 더 크게 발현하는 커피도 있다. 이런 커피는 정말 좋은 커피다. 마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인성까지 좋고 삶의 열정도 좋은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만큼 만나기 어렵고 귀하다는 말이다.


지속성이 좋은 커피를 만드는 지속성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감정에 흔들려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려버리는 그런 커피가 아니라.


오늘도 지속성이 좋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내일은 더 나은 커피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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