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22. 열아홉 복순이>
2호점 앞에는 열아홉 살(으로 추정하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어요.
길냥이지만 마치 집냥이처럼 한 장소에서 제 집까지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주변 식당사장님들이 만들어주신 집이죠. 녀석은 이름이 많아요. 복순이라고 부르는 분도 계시고 이쁜이라고 부르는 분도 계시죠.
처음에 카페를 오픈하면서 이 아이를 만났을 때에는 신기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오래 저 자리에서 살았을까? 두어달 때쯤 보다 보니 알 수 있었어요. 그건 모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의 힘이었다는 걸요.
나이가 많아 잘 걷지도 못하고, 차가 쌩 달려와도 빠르게 피하지 못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녀석은 잘 살아가고 있어요. 녀석을 지켜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오전 오후로 녀석을 들여다보며 물이며 밥을 채워주는 칼국숫집 사장님과 밤늦게 마감하고 가시는 길에 슬쩍 들여다보며 안부를 살피시는 돈가스집 사장님. 저녁 귀갓길 가방에 준비한 간식을 꺼내서 조심스럽게 건네는 청년도 있어요. 온 동네가 관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녀석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도 너무 더운 날에는 찬물을 컵에 넣어서 슬쩍 옆에 두고 와요.
너무 더운 날들이 지나고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 되니 녀석이 걱정되네요. 내일은 복순이 혹은 이쁜이를 저도 슬쩍 들여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