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됩니다. 산다는것 자체가 인생입니다
#인생 #위화 #읽는고양이 #윈디캣
대작이라고 하는 소설들은 메시지가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치 주인공의 인생을 비극적으로, 안타깝게만 만들려는 느낌도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멍하니 시선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너무나도 후벼파는 대작 소설을 읽게 되었다. 한 4시간 정도 읽은 것 같다.
문장은 간결하며, 문장과 문장이 이어져 읽는 사람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만든다. ‘어때? 몸서리칠 것 같지? 불편하지? 안타깝고 애처로움이 밀려오지?’와 같은 강제적인 표현 없이 푸구이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송곳이 된 마냥 내 가슴을 후벼판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변에 흔하디흔한 ‘어때? 이 주인공의 삶 참 슬프지? 이게 다 이 세상 때문이야?’라고 귀에 대고 소리쳐대는 소설과는 다르다. 그냥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현실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일단 첫 부분을 읽는데, 노인이 함께 일하는 소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주변에 있는 다른 소들이 있는 듯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한데 이 장면이 너무 기억에 생생해서, 한동안 이미 읽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아마 어릴 적 시험에서 문제로 등장했었던 것 같았다. 그때 얼핏 정답을 노인과 소의 우정으로 정해졌던 것 같은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정말 그렇게 오답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노인이 말하는 가상의 소들의 이름은 전부 소설 내내 등장하는 노인의 가족들의 이름이다. 난 노인의 이야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첫 장으로 돌아와 노인이 부른 이름들을 확인했다. 너무 가슴이 미어진다.
푸구이 노인의 인생은 그야말로 불쌍하기 그지없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에서 시작하여 몰락한 가문과 깃털처럼 이별하는 가족들의 인연 등, 그 폭풍 같은 삶 속에서도 그저 삶에 대해 초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의 인생이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이걸 그냥 불행이라 하기에도 노인의 이야기는 너무 단조롭다.
처음에는 워낙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근현대 이전의 생명에 대한 인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는데, 본인의 손으로 온 가족을 땅으로 돌려보내는 기분은 생명의 경시의 정도로는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인생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는 살아가는 것 자체 이외에 어떤 의미를 두지 않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런 평범한 삶이 이토록 가슴을 저미게 할 수 있다니, 한참을 멍하게 지내게 하는 책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이 먹먹함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되면서도 꽤 많은 수상을 한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다.
간만에 거의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