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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ul 25. 2021

생일에는 남산타워를 가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입시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나는 친구들과 '낭만'을 찾기에 바빴다.

공부도 공부였지만 그것보다 내가 행복한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도저히 그림을 그릴 자신이 없어 미술학원을 하루정도 가지 않고 친구들과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기'를 즐겼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놀고 싶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친구들과 쉬고 싶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내가 만난 것이다.


하교 시간 전에 갑자기 롯데월드에 가고 싶다거나, 한강을 보고 싶다거나, 이런 것들이다.


하루는 남산타워가 너무 가고 싶었다. 그 날은 내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그 날까지도 학교 독서실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탁 트인 서울 야경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회전하는 남산타워 최정상의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남산에서 야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며 타워에 올라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몇 일 전부터, 9월 8일에는 꼭 남산타워를 가자고. 그 날에 학원도 빼놓을거라며, 함께 가자고 말했다. 흔쾌히 우리들은 뭉쳤고 함께 학교가 끝나고 남산타워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난관이었다. 남산타워로 향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비용과 타워를 오르는 비용이 2만원 정도가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고등학생에게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색을 잘하는 나는 그걸 이미 알...

어라?... 아뿔싸.. 내가 이미 한 차례 단톡방에 공유했던 비용은 무슨 "아 케이블카 타는데 돈 내야돼?" 라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케이블카는 탔고 그 시간 동안의 야경은 정말 좋았다. 

케이블카 비용을 챙겨오지 못한 친구에게 타워를 올라갈 비용은 있을리 전무했고, 우리는 타워 앞에서 초록색 조명을 보며 남산 전망대에서 서울 야경을 보는 것에 족해야했다. 친구들은 내 아쉬움을 알지도 못한 체 그들끼리 사진을 찍고 SNS에 자랑하기 바빴다. 생일축하에 대한 말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렇게 내 생일 전 날의 큰 기대를 부푼 남산타워 방문은 막을 내렸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리고 몇 주 뒤에 친구가 다른 여자 사람 친구에게 성대하게 생일축하를 해주는 것을 보고서의 씁쓸함은 더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낭만에 돈이 필요하겠냐, 결국 그 과정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이겠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내 생일에 남산타워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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